[웰컴 투 ‘반도’②] ‘부산행’ ‘서울역’으로 보는 ‘반도’ 안내서

[웰컴 투 ‘반도’②] ‘부산행’ ‘서울역’으로 보는 ‘반도’ 안내서

‘부산행’ ‘서울역’으로 보는 ‘반도’ 안내서

기사승인 2020-07-15 08:01:01
사진=영화 '부산행', '서울역'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반도’를 ‘부산행 2’로 하는 것보다, 또 다른 좀비물로 만드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 ‘반도’는 ‘부산행’과 다른 영화다. ‘부산행’ 속 등장인물이 나오거나,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다. ‘반도’의 온전한 감상을 위해 ‘부산행’과 ‘서울역’을 반드시 챙겨볼 필요는 없다는 뜻.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 어두우면 사람을 찾지 못한다는 점 등 두 영화엔 ‘반도’와 같은 설정과 세계관이 담겨있다. ‘반도’를 더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부산행’과 ‘서울역’에서 다뤄진 설정과 배경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한다.


사진=영화 '부산행' 캡쳐

■ 좀비의 시작 : 4년 전, 그 날
‘부산행’과 ‘서울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 조금 낯설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의 등장으로 오프닝을 연다. ‘부산행’에선 진양시(가상 도시) 요금소 인근 도로를 지나던 지역 주민이 고라니와 충돌하는 모습을, ‘서울역’은 상처를 입은 채 서울역 앞을 지나는 노숙자 노인의 모습을 그린다. 죽은 줄 알았으나 흰색 눈동자로 되살아난 고라니는 해당 사건이 동물에서 전염되기 시작했음을 짐작케 한다. ‘서울역’의 노인이 등장한 시점은 ‘부산행’의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으로 추측되는데 최초 감염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부산행’에서 석우(공유)의 통화에서 그가 작전주로 회생시킨 유성 바이오(가상 기업)에서 뭔가가 유출된 것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언급된다.
→ ‘반도’는 좀비의 시작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오프닝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부산행’의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반도’에서도 4년 전 벌어진 사건이 한 바이오 기업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사진=영화 '서울역' 스틸컷

■ 좀비의 특성 : 알아야 산다
‘부산행’과 ‘서울역’의 좀비는 빠르고 포악한 성격을 보여준다. 좀비로 각성된 직후 일반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전파하기 위한 것인지, 먹기 위한 것인지 목적은 그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빨로 물어뜯는 것 외에도 손톱에 할퀸 것만으로 전파되는 장면이 ‘서울역’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좀비의 머리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둔기로 머리 부분을 여러 번 내려치거나, 총을 쏘면 좀비도 사망할 수 있다. 또 ‘부산행’에서 KTX 열차가 터널에 들어간 순간 좀비들이 조용해지는 특징이 최초로 목격됐다. 빛과 소리에 예민하다는 좀비들의 특징을 이용해 유인하는 작전이 가능하다.
→ ‘반도’의 생존자들은 이 같은 좀비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서울역’과 ‘부산행’에서 도마나 야구방망이 등 둔기를 활용해 싸웠다면, ‘반도’에선 총기류와 자동차가 주요 무기로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좀비들이 감염된 지 얼마 안 되어 팔팔했다면, ‘반도’의 좀비들은 폐허가 된 땅에서 오랫동안 지내 노후화됐다고 생각하고 작업했다”고 ‘반도’의 설정을 밝힌 바 있다.


사진=영화 '서울역' 캡쳐

■ 실제 지역 설정 : 일상 공간이 폐허로
세 영화 모두 상징적인 지역 이름으로 제목을 지었다. 영화 내용에도 실제 지역명이 자주 등장한다. 서울역 인근이 배경인 ‘서울역’은 좀비에 쫓기던 주인공 혜선(심은경)이 시청역으로 들어가 회현역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산행’에선 서울역부터 대전역, 동대구역 등 경부선 주요 역사가 배경으로 등장해 인물들의 동선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게 했다. ‘부산행’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진양’은 가상의 지명이지만, 주민의 말투를 통해 충청도 인근이라는 설정을 유추할 수 있다.
→ ‘반도’는 인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에 인천항과 오목교, 구로디지털단지 역사 등 서울 서부지역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진=영화 '부산행' 캡쳐

■ 정부의 대처 : 국가 재난과 폭력 시위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의 대응은 찾기 어렵다. ‘서울역’에선 경찰이 버스로 시민들의 진로를 막고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적인 집회와 폭동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방송을 내보낸다. 이어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 해산하도록 하겠다”는 경고를 전하던 경찰이 작전 지휘권을 군인들에게 뺏기는 장면도 나온다. ‘부산행’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좀비의 창궐을 ‘전국 단위의 과격 폭력 시위’로 규정하는 정부의 오판은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곧 마무리될 거란 안이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거기에 “터무니없는 악성 유언비어에 동요하지 말고 가정에서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 ‘반도’에선 정부 대신 망가진 군부대가 등장해 통제력을 잃은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재난을 겪은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의 시선이 그려지기도 한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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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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