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없는 ‘디스커버리’ 피해배상…기업銀 “사실 확인 중”

대답없는 ‘디스커버리’ 피해배상…기업銀 “사실 확인 중”

기사승인 2020-07-20 06:00:02 업데이트 2020-07-20 09:30:26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오후 기업은행 강남WM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송금종 기자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해결기미가 요원하다. 피해자들은 원금 전액배상을 바라고 있지만 은행은 소극적이다.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눈을 돌린 곳은 WM(자산관리)센터다. 그들은 지난달 말부터 전국 18개 센터 순회 집회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곳에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가기 전 사태를 매듭짓도록 센터 측에 공조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없어 보인다. 기자가 들른 서울 도곡동 강남센터와 한남·동부이촌동 센터의 경우 사태는 인지하고 있는데 해결보다는 해명에 좀 더 급급한 모습이었다. 

최창석(오른쪽)대책위원장이 센터장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사실관계 확인 중…손실 최소화 하겠다” 

서울·수도권 집회 3일차이던 지난 9일 오후 1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강남센터 앞 대로에서 1시간가량 규탄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센터로 들어갔다. 이날 센터장 간담회가 예정돼있었다. 강남센터에서는 개인고객 12명이 펀드에 21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실 두 곳을 터서 마련한 간담회장에 최창석 위원장(이하 박)과 부위원장(이하 부) 등 피해자 측과 센터장(이하 센)이 마주 앉았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오간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간담회가 있기 전 실랑이가 있었다. 피해자 측에서 5명만 참석하기로 돼있었는데 이날 집회에 모인 전원이 입장하는 바람에 센터 측도 처음엔 저지하다가 이내 곧 자리를 마련했다.) 


최 : 전국에 있는 센터를 다 돌아봤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우리도 고객이다. 예우하라. 

(공문 접수 후 자리 정돈)

최 : 우리가 왜 전국 (센터) 순회 집회를 하냐, 그 이유는 피해자 공청회를 요구했는데 은행 측이 불응해서다.

피해자 중에 월남 참전용사가 있었다. 그가 일산 설명회에 권총을 들고 갔다. 그 사람만 그러겠냐. 우리도 폭탄만 있으면 터뜨리고 싶은 심경이다.

기업은행 직원 1만3000명 중 1만2999명이 자율배상을 원하는 데 딱 한 사람만 금감원 강제조정을 원한다. 그 사람 마음을 바꿔달라고 본부에 건의하라.

부 : 센터와 피비(PB)들이 직접가해자인데 사태에 미온적이다. 사태를 만든 본부장과 팀장을 TF에서 배제시켰으면 센터도 반응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강요와 교육에 의해서 판매했다는 내용을 양심 고백하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라.

센 : 은행에서 금감원 감사 나와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

은행도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앞으로 노력하겠다. 힘들고 어려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니 이해해 달라. 

대책위는 강남센터 일정 후 중계센터로 이동했다. 날이 무척 더웠는데도 이들은 평균 하루 두 곳을 소화할정도로 강행군이었다. 

“상품 설명서 보고 안내 도왔다”

다음날 오전 대책위를 다시 만났다. 이날은 금요일이고 비바람이 불어서인지 전날보다 참석자가 덜했다. 한남동센터는 개인 6명과 법인 한 군데를 포함해 피해규모가 38억으로 ‘강남’보다 더 많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센터장과 함께 상품을 직접 판매한 부센터장도 합석했다.

대책위는 은행 측이 펀드 판매 시 피비직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명 자료를 제시하며 안정성을 빙자한 ‘사기판매’였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피비직원들 내에서도 ‘본점에서 교육을 받은 대로 판매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며 “결국 기업은행이 제대로 설명 안 하고 사기를 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비직원들을 도와야 하고 본사에도 직언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자 부센터장은 “우리 센터에서는 이 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설명서에 나온 대로 상품을 이해하고 안내해서 가입을 하도록 도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자가 동부이촌동 WM센터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송금종 기자

“투자성향 바뀐 거 처음 들어…감사결과로 해결될 것”


같은 날 오후 동부이촌동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날은 갰지만 센터가 상가건물에 입점해 있다 보니 집회를 하기 열악했다. 이곳 피해규모도 ‘한남’ 못지않았다. 총 36억 원이고 이중에 법인피해는 10억 원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날도 센터에 공문을 전달하고 본부와 윤종원 행장에게 의견 개진을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피비도 잘못된 지침을 받아서 고객을 설득했다고 믿고 있다”며 “금감원 분조위에 가면 입장이 나뉠 수밖에 없고 검찰조사에 내부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일들을 막기 위해 자율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도 권고했고 자본시장도 사적화해를 하라고 했으니 센터장이 적극적으로 행장에게 의견개진을 해 달라”고 전했다.

이에 센터장은 “‘안전’에서 ‘공격’으로 투자성향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우리도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1년간 접촉했지만 상품판매는 일일이 다 볼 수 없다. 그래서 금감원 감사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충분히 내용은 알았고 본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100% 자율배상과 책임자 처벌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책위는 지난 17일 IBK투자증권 본사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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