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서울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곳이지 않니...” 지방에서 나고 자랐던 지인이 서울에 처음 올라올 무렵 할머니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만큼 서울은 위험한 곳이니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당부다. 손녀딸이 고향에 들를 때마다 이런 당부를 빼먹지 않으신다고 한다.
클릭 한 번이면 세계 어느 나라와도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에 이런 당부는 비단 서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을 타고 ‘눈 감으면 코 베일만한’ 가짜정보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건강과 관련된 정체불명의 가짜정보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틈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충제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동물구충제 펜벤다졸에 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부터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이 알레르기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 등 각종 낭설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퍼졌었다.
또한 얼마 전 수도권 지역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나온 사건에서도 구충제 관련 회사의 주가가 덩달아 올라 화제가 됐다. 수돗물 공포로 구충제를 찾는 이들이 늘 것을 예상한 결과다. 벌레 유충과 구충제는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구충제와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차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구충제 만능론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공포로 사실여부를 떠나 믿고 싶은 정보에 의존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허위정보가 잇따랐다. 뜨거운 물을 15분 간격으로 마셔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한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옷이나 물품을 말리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둥 다양한 정보가 온라인상에 확산했다.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가짜 의료정보는 공동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된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신도들에게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입에 직접 소금물을 분사하는 일이 있었다. 소금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짜 정보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결국 관련 확진자만 70여명을 내는 등 감염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말기암 환자에 도움을 준다거나, 감염병을 예방하려는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정보일지라도 ‘눈뜨고 코 베이는’ 결과를 안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가들은 ‘의심’을 강조한다. 맹목적으로 믿기 전에 정보의 출처나 근거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 불교에서는 의심을 보다 확실한 해답을 얻기 위해 깊게 탐구하는 마음 상태로 정의한다. 일찍이 의심과 경계를 당부한 어르신의 지혜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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