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의 3개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최근 한 달 새 사망자는 31명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20명, 오리건주에서 10명, 워싱턴주에서 1명의 사망자가 각각 발생했다.
짙은 연기 등으로 실종자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피해 지역도 크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은 1만9125㎢로 우리나라 면적(10만210㎢)의 5분의 1 수준인 19.1%에 이른다.
역사상 피해 규모 1·3·4위에 달하는 대형 산불이 한꺼번에 발생한 캘리포니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형 산불만 20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총 피해 면적은 지난해의 26배로 서부 산불의 65%를 차지한다.
오리건주는 이번 대형 산불로 인해 마을이 통째로 없어진 곳이 여러 곳이다. 전체 주민의 10% 이상에 대피령이 떨어졌다.
워싱턴주 역시 주 역사상 두 번째로 심각한 산불을 겪고 있다. 특히 1살짜리 아이가 부모와 함께 대피하다가 산불에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아이의 부모도 혼수상태다.
산불이 계속되면서 연기와 재로 인해 대기 질이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대기 질 감시 서비스 '에어나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대부분 지역과 아이다호주 일부 지역은 산불로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AP통신은 오리건주 주도인 세일럼의 대기질이 512를 기록해 0∼500까지인 기존 계측 범위를 넘어서 1985년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산불로 인한 연기가 사람들을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매클라렌 공원의 화재 현장을 처음 찾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등 서부 3주는 전통적 민주당 텃밭이라 트럼프가 일부러 찾지 않던 곳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이 이어진 최근 한 달여간 온갖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유독 산불 피해에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산불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최근 몇 년간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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