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집단면역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은 0.07%로 집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참가자 1440명을 대상으로 2차 항체검사를 진행한 결과, 1명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지난 1차 항체검사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참가자 1555명 중 항체를 가진 인원은 없었다. 서울 서남부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1500명 가운데서는 1명에게서 항체가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에 집단면역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항체는 신체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세균 등 항원이 신체를 자극할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항체 가운데 중화항체는 항원의 독성을 무력화해 감염력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1만명 가운데 7명만 코로나19에 면역을 지녔다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국민 모두가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0.07%라는 항체 형성률은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시작된 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재확산이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된 이후 서울·경인 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했다. 2차 항체조사 표본 혈액은 지난 6월10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1차 항체조사 표본 혈액은 지난 4월21일부터 6월16일까지 수집됐다.
마지막 표본이 수집된 지난달 13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56명이었다. 그러나 광복절 집회 이튿날인 같은달 16일 신규 확진자는 279명으로, 집회 전날보다 5배 늘었다. 같은달 27일에는 441명까지 증가했으며, 이후 이달 15일까지 한 달 동안 일일 신규 확진자는 세 자릿수로 유지됐다.
수도권 중심 재확산 이후의 상황을 감안해도,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이다. 집단면역을 가지려면 항체 형성률이 약 60%에 도달해야 한다. 즉, 전체 인구의 60%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
15일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사망자 367명을 제외하면 2만2024명으로, 전체 인구의 0.04%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도 누적 확진자 수는 674만9289명이다. 미국의 전체 인구 3억3100만2651명의 2%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항체 형성률이 높은 국가들도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는 60%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스웨덴은 지난 5월 스톡홀름은 7.3%, 그 밖의 지역은 약 3.5% 수준의 항체 형성률이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웨덴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상반기 방역이나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집단면역 전략을 구사했다. 이밖에 영국 런던은 5월 기준 17%, 미국 뉴욕은 지난 4월 기준 24.7% 항체 형성률을 집계했다.
오히려 낮은 항체 형성률이 방역 성과를 방증하는 긍정적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사에 활용된 표본은 코로나19로 확진된 경험이 없는 국민들이 참여한 국민영양조사를 통해 수집됐다. 항체는 감염병이 인체에 남기는 흔적이므로, 수집된 표본에서 항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방역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감염자가 없다는 의미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0.07%라는 결과가 나온 항체 형성률 조사는 샘플의 규모와 시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국민에 일반화해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나 의료진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이 보다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확진자 수가 많은 미국, 인도조차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집단면역 부재에 대한 실망은 현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완치자에게서는 유의미한 항체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혈장을 공여하기 위해 내원했던 완치자들 가운데 항체가가 제로(0)으로 나온 사례는 없었다”며 “항체가가 낮거나 병력이 있는 10~15% 사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완치자들이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공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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