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거나 멸실된 궁궐 건축 문화재의 경우, 복원과 보수가 비교적 꾸준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의 내부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전각 내부의 물품(집기류) 등의 복원‧재현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궁궐 문화재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과 관람서비스 개선을 위해 프랑스 기업 에르메스와 함께 2015년 ‘한문화재 한지킴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을 구상했다.
첫 사업으로 덕수궁 함녕전 집기류 재현(2015~2017년)이 아름지기의 주관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함녕전 집기류 재현 이후 두 번째 성과로 즉조당 집기 재현 사업(2018~2020년)이 올해 완료되었다. 국내 박물관 등에 소장된 조선 시대 원형 집기들을 근거로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국가무형문화재 등 분야별 전문 장인들의 참여로 제작‧진행됐다.
조선 15대 광해군과 16대 인조가 즉위한 곳인 덕수궁 즉조당은 대한제국 초기 정전으로 잠시 사용됐다가, 후에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됐다. 이를 고려해 즉조당을 고종황제의 ‘집무공간’으로 설정해 집기류를 재현했다.
즉조당 방 안쪽 황제의 자리에는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는 '수(壽)'자와 '복(福)'자를 수놓은 10폭 병풍인 ‘백수백복자 자수병풍(百壽百福字刺繡屛風)’, 이동식 침상 또는 의자 용도로 사용했던 ‘평상(平床)’과 조선 시대 책상인 ‘경상(經床)’이 배치됐다. 신하의 자리인 방의 바깥쪽에는 ‘경상(經床)’과 함께 붓과 먹을 보관하던 함인 ‘연상(硯床)’이 배치됐다.
계절에 맞춰 교체할 수 있도록 겨울용 ‘보료’와 여름용 ‘왕골자리’가 각각 제작됐다. 또 야간에 방 내부를 밝히는 전통 ‘좌등(座燈)’, ‘유제등경’, ‘은입사촛대’ 등을 재현해 국사를 논의하는 모습이 떠오를 수 있게 했다.
덕수궁관리소는 이번에 재현된 즉조당 집기 일반관람에 앞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시범 공개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차원에서 관람객이 즉조당에 입장해 관람하는 대신에 집기 전시 공간의 외부 창호를 전면 개방하여 관람객이 재현 집기를 밖에서나마 좀 더 가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후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개선되면 직접 즉조당 내부로 입장하여 집기를 관람하면서 전문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추후 공개 일정은 덕수궁관리소 누리집(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에르메스 코리아, (재)아름지기와의 민관협력을 통해 궁궐 전각 내부에 전통집기를 재현하고 배치해 관람객들이 궁궐 문화와 과거 궁중 생활상을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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