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 사태를 높고 개별 의대생에 이어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고개를 숙였지만 정부는 단순 사과만으로는 재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실상 '다시는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료계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 4인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에 대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김연수 국립대학병원협회회장(서울대병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김영모 사립대의료원협의회장(인하대의료원장)도 함께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로 아주 힘든 이 시기에 우리 의대생이 국가고시 문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송구하다"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 6년 이상 열심히 학업에 전념했고 또 잘 준비한 우리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한번 기회를 허락하여 달라"고 피력했다.
국시 응시에 거부했던 개별 의대생의 사과문도 올라왔다. 전날인 7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얼마 전 의사 국가고시 접수를 취소했던 한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자가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꼐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자는 "일련의 시도들은 학생들의 짧은 식견으로나마 올바른 의료라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에서 나온 서투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국시 응시 거부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저희의 부족함을 이해해주시지 못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생각하시어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주시고 따끔한 질책과 격려를 통해 저희를 이끌어달라"고 사과했다.
의료계는 올해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내년 본과 4학년들이 후배인 3학년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되는 등 응시 인원이 몰리면서 의료 인력수급체계를 비롯한 향후 5년간 부작용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시 차질로 전국 의료기관에 약 2700명의 전공의들이 대거 충원되지 않을 경우 의료공백 및 의료질저하도 예상된다.
이처럼 국시 응시와 관련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의료계의 사과가 잇따랐지만 재응시 기회 부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날 오전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기자설명회에서 "하루 전인 어제 정부의 입장을 이미 밝혔다. 하루 사이에 입장이 바뀔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정책관은 "앞으로 어떠한 문제에 있어서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의사들에게는 의료행위를 할 수있다는 독점적이고 배타적 의무가 있다. 그러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고 (또 다시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의료계 전반적으로 그동안 단체행동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 동의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정책관은 "국민의 동의는 국회가 추진하는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허용에 대한 여론은 분분한 상황이다. 지난달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들의 재접수 등 추후구제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청원에 57만명의 참여를 한 뒤 지난달 말 마감된 바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의과대학 4학년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허락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54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힌편, 올해 의사 국시가 다시 치러지기 위해서는 다음주 중 시행여부가 확정돼야 한다.
전날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늦어도 다음주에는 국시시험 시행여부가 확정되어야 한다. 10월 20일경에는 원서접수가 시작되어야 올해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며 "올해 의사국가시험 미응시자 2700여명이 추가로 실기시험을 치르려면, 적어도 30여일 이상이 소요되고 원서접수 공고와 채점위원 선정 등 시험준비를 해야 하므로 국시원 입장에서는 일정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라며 사안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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