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사 대신 수술방에 들어가는 PA간호사 문제가 다신 논란이 되고 있다. 수술 등 진료보조 역할을 하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국내 의료법에는 근거가 없다. 수년째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 현장에서 PA간호사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수술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로 불리는 PA간호사가 하는 주요업무는 진료보조다. 그러나 간호계에 따르면 환부 봉합, 드레싱, 초음파, 방사선 촬영, 진단서·진료기록지·제증명서 작성, 투약 처치, 잘못된 처방 변경 등 의사가 해야 할 업무까지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간호사가 의사ID를 통해 진료의뢰서 발급하거나 투약·검사 처방, 수술·시술 등 사실상 전공의 대체 역할을 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맡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PA간호사의 문제가 지적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전국 233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호사 10명 중 8명은 진단검사와 처방, 수술 처치 등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A간호사는 91.9%가, 일반병동 간호사는 64.5%가 의사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PA간호사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12월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고, 이를 대신하기 위해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 충원도 지지부진해서다. 실제 전국 국립대병원의 '최근 5년간 PA 운용 현황'에 따르면, 2015년 592명이던 국립대병원 PA는 5년 사이 64% 증가해, 지난해 972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로 보면 외과가 19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내과(163명), 흉부외과(80명), 산부인과(65명)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빈도가 높았다.
간호계는 PA간호사 문제를 ‘전문간호사’를 합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경력자로서 석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관련 자격시험에 합격한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문적․체계적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합법적인 전문간호사 제도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의료현장에서 하는 실제 업무를 시행규칙에 반영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안전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PA합법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에게 받아야 할 의료 서비스를 PA 및 무자격자에게 받는 것에 동의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며 “불법 PA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행태는 의사들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고, 국민 건강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라고 크게 반발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도 “미국의 진료보조인력인 PA는 간호사와는 별개로 진료보조 전문성을 특화한 직종이다. 연간 200시간의 연수교육과 평가를 거칠 정도로 자격관리를 엄격히 한다”며 “편법으로 간호사를 PA로 활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어깨너머로 배우는 의료행위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어 “의사들이 양질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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