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가해자가 주민등록을 열람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지만, 소명 자료가 너무 많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사진) 의원이 27일 여성가족부, 경찰청, 행정안전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18~20만 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가정폭력 검거 인원도 4~6만명에 이르지만, 가정폭력 피해자 주민등록열람 제한 신청 건수는 3000~4000건 정도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사유는 가정폭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현행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 시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 상담사실확인서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확인서 등을 제출할 경우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 또는 경찰관서에서 발급한 가정폭력 피해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당한 당사자 대부분이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은 물리적 폭력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우 의료적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고, 가정폭력의 특성상 피해자는 가해자의 경제적·심리적·물리적 통제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제대로 받거나, 특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해 진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의료기관의 진단서나 경찰서의 신고기록을 소명자료로 확보하기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율은 2.6%대에 머물고 있고, 현행 시행규칙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신고조차 할 수 없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추가 소명자료 없이 상담사실확인서를 바탕으로 주민등록열람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은 피신한 주소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하는 경우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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