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영재 기자 =전북 전주의 기자촌 주택개발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조합원 중 일부가 지분을 쪼개 한 평만 갖고도 분양권을 나눠 가진 사실이 확인돼 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전주시는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더욱이 사업 초기 조합의 일부 임원들도 토지 소유 지분을 쪼개 분양권을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나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합의 일부 임원 해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번져 주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주 기자촌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원 임시총회를 발의해 오는 14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조합의 일부 임원 해임을 의결할 것을 예고했다.
또한 비대위는 이날 시공사 선정 해지도 추진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일부 조합원이 소유 지분을 쪼개 부당하게 분양권을 나눠 가진 것도 문제지만 시공사 선정도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시공 실적도 부실한 건설사를 선정, 공개입찰로 재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 기자촌은 지난 2009년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 2011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기자촌 재개발이 이뤄지면 중노송동 11만여㎡ 부지에 공동주택 28개동, 2225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
재개발조합은 당초 H건설과 지역 건설업체의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건설경기 침체로 지역 업체의 부도로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전남의 건설사 A사가 사업제안서를 제출, 2016년 조합원 총회를 거쳐 시공사로 선정했다.
비대위는 1군 건설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공 능력이 뒤쳐진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데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1군 건설업체를 선호하고 있는데 반해 기자촌 재개발 조합은 공개입찰도 없이 A사를 시공사로 선정, 주민들의 반발에도 공개입찰을 통한 시공사 재선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 아파트 건설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공개입찰을 통해 투명한 절차를 밟아 시공사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 일부 임원들이 소유 지분을 쪼개 가족과 지인들이 공동지분으로 배분, 대다수 조합원들의 눈을 속이고 부당하게 분양권을 추가로 확보한 것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처럼 소유 주택지분을 쪼개 가족이나 지인들과 분양권을 두 개 이상 나눠 갖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는데도 전주시는 마땅히 이를 제제할 조례가 없어 분양권 투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과소필지 조례를 통해 소유 지분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주지 않고 있는데 전주시는 ‘수수방관’ 손을 놓고 있다가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비대위의 극렬한 반발에 재개발조합 측은 재산권을 가진 조합원이 소유 주택지분을 나눠 분양권을 나눠 갖더라고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고, 시공사 선정도 정당한 절차를 걸쳐 이뤄졌는데 비대위가 뒤늦게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건설사 선정 당시 공개입찰을 진행했는데 3번이나 유찰돼 조합원 총회를 거쳐 97%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시공사로 선정했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재개발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당시에도 기자촌에 관심을 갖고 재개발을 적극 지원한 것도 조합원들의 시공사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 중에 시공사를 미덥지 못해 하는 주민들도 있어 시공사와 협의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고 덧붙였다.
기자촌에 거주하는 조합원 Y(47)씨는 “재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편법적인 분양권 획득이 문제가 되고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져 주민들 사이에 불신만 커지고 있다”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지정과 관리 감독을 가진 전주시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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