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치료 65% 응급아닌 '만성질환'인데...아쉬운 치료제한

고압산소치료 65% 응급아닌 '만성질환'인데...아쉬운 치료제한

경기 남부 첫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응급상황선 국가안전망·평상시 중증-만성질환 치료에 활용

기사승인 2020-11-22 03:40:01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넓히고, 치료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등 응급상황에서 쓰이던 고압산소치료가 최근 당뇨병 합병증, 난청 등 만성질환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자들에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왕순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장은 20일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고압산소치료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압산소치료 중 65%가 상처회복 치료에 쓰이고, 응급상황에서 사용되는 것은 일부다. 아직 국내에서는 고압산소치료의 적응증 인정 범위가 좁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더라도 치료횟수 제한이 있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압산소치료는 챔버(치료공간이 있는 장비) 안에서 대기압보다 2~3배가량 높은 고압산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다량의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저산소증으로 나타난 상처를 회복하는 등 여러 질환의 증상을 개선해주는 치료법이다. 

고압산소치료의 대표적인 적응증은 연탄가스나 번개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중독 환자다. 이산화탄소 중독 발생 3시간 안에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며,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독 및 응급치료 외의 다양한 질환에 대한 활용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잠수병은 공기 중의 질소가 높은 압력 상태에서 혈액에 녹아 대기압 상태로 돌아왔을 때 적절히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질병으로 산업현장 및 레크레이션 다이버의 증가로 인해 잠수병 치료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당뇨발 치료에도 활용도가 높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의 15~20%가 앓는 질환으로 환자의 30%가 하지를 절단할 정도로 무서운 병으로 알려진다. 그 외에도, 화상, 버거씨병, 뇌농양, 난치성 골수염, 방사선치료 후 발생한 조직괴사, 뇌진탕,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이정아·김솔아 응급의학과 교수, 왕순주 고압산소치료센터장, 박주옥 응급의학과 교수

왕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고압산소치료는 매우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적응증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적응증이 있는 질환의 경우에도 연속치료를 14일만 인정하는 횟수 제한이 있어서 모든 치료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이고 했다. 

그는 “당뇨발을 예로 들면 적응증 기간인 2주간의 치료를 마치면 더 이상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다. 효과가 충분히 보이는 환자임에도 치료를 중간에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응증 외의 질환에 비급여로 적용하는 것도 쉽지 있다. 적응증에 없는 질환에 대해 환자와 상의해 치료하게 될 경우 추후 실손보험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주옥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미국의 경우 외상 후 생기는 뇌진탕이나 신경계 질환 등 폭넓은 질환에 고압산소치료를 적용하고, 실제 효과와 관련한 연구도 다양하다. 물론 이 치료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의 확대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경기 남부에 유일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 경기도가 도내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원한 '고압산소챔버 장비 공모 사업'에 따라 경기 북부의 명지병원에 이어 경기 남부에 처음 설립된 치료센터다. 

다인용 챔버와 1인용 챔버를 함께 갖춰 최대 1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긴급사고 발생 시 국가안전망으로 작동하고, 평상시에는 중증·만성질환 환자에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센터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왕 센터장은 “경기남부를 넘어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환자들을 치료할 예정이다. 또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화학사고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내실을 갖추고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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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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