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올해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80%가 의사국가고시(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서 내년 전국 수련병원 인턴 의사가 대거 부족해질 전망인 가운데 의료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업무과부하가 심한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현장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필수의료분야와 중소병원일수록 인력공백이 더욱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마다 다르지만 인턴 의존도가 높은 병원의 경우 응급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저녁에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응급실을 지키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전국 모든 병원이 흔들리고 중소병원과 기피과는 더욱 문제가 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응급의료분야 전공의 정원 추가배정과 입원전담전문의 확대를 인턴 공백 최소화 대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았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은 “최근 고시된 2021년도 전공의 정원안을 보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정원이 15명가량 증원됐다. 이는 인턴 공백 해결이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 등 정부의 정책적 목표로 늘린 정원일 뿐이다. 인턴 공백 대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궁색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턴 공백을 메우는 목적으로 정원을 늘려버리면 누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하려고 오겠느냐. 늘어난 정원만큼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충원될지도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코로나 대응으로 응급실 업무과부하가 극심한 상황에서 인턴 공백까지 겹치면 솔직히 답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 차원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갑자기 인턴이 빠져나가면 병원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입원전담전문의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빅5 병원조차 입원전담전문의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간호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 유관인력이 인턴 업무를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불법이고 대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병원 현장에서는 추가시험에 희망을 걸고 있다. 1~3월 중 추가 실기시험을 진행하고 5월까지 신규 의사를 배치하면 수련인정기간 10개월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병원계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정부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추가시험이 진행돼 3월 이후에라도 인턴이 배치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