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유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전의 대유행 감염병처럼 몇 개월이면 되겠지 했던 것이 전세계의 경제적 위기를 초래했으며,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일상은 감염병으로 사라지거나, 억제되며 많은 이들에게 ‘코로나블루’라는 신종 용어가 적용되고도 있다. 이를 이겨내거나,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드라이브·워킹스루, 마스크 목줄(스트랩), 화상으로 진행되는 경조사나 회의 등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도 감염병의 대유행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쳐가는 모양새다. 사라진 1년에 화가난 사람들, 감염병 위협보다 경제 위협이 더 무섭다는 사람들 등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감염병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2.5단계, 3단계 등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은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넋두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어설퍼 보인다.> 새해를 맞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응원하기 위해 내놓은 디지털소통 대책 중 ‘집콕 댄스’는 ‘층간 소음으로 갈등이 심한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애매한 점5 단계’ ‘올리지 못하는 단계’라는 지적과 함께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5명이 식당을 갔을 때 ‘5인 이상 집합금지’라고 하면 고객과 영업장 모두 ‘둘, 셋씩 따로 앉으면 되죠’라고 한다.
<명확한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부처간, 지자체간 내놓은 방역지침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라고 힘을 실어줬지만 협조는 잘 안 되는 듯하다. ‘수능과 변호사시험은 가능하고, 다른 시험은 안 된다.’ ‘개별적으로 침 튀지 않게 코로나19 가림판 만들어와라. 우리는 학교에서 설치해 줬는데’ 경제, 교육 등 부처들의 기준 없는 지침은 방역당국의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방역대책은 희생과 동참을 전제로 하고 있어 치쳐가는 국민들에게 요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적다고 느낄 수치지만 일일 신규확진자가 100명대이던 지난해 추석 ‘가족과 친지의 안전을 위해 집에서 쉬어달라’며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앞으로 한달여가 남지 않은 설 역시 비슷한 방역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식과 손주들을 1년여 동안 보지 못하고, 경조사도 함께 하지 못한 많은 노인들은 외로움에 지친지 오래다. 형제자매가 결혼식은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실 상황이 되도 직접 보기 힘든 시기다. 언제까지 방역에 동참해달라고 호소에 의지할 생각일지 궁금하다.
“지친 국민에게 우리의 노력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코로나19와 최전방에서 싸우는 공무원도, 의료진들도 다 국민이다. 그리고 이들도 처음 겪는 상황에 당연한 두려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획일적인 기준과 이를 모두 지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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