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한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부부에게 섹스는 행복한 삶을 위한 요인들 중 하나이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어떤 성격인지도 모른 체 혼인을 하던 과거에는 서로가 잘 어울리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궁합이 있었다.
궁합에는 겉궁합과 속궁합이 있다. 겉궁합은 태어난 해를 중심으로 관계가 어떤지 알아보는 방법이고, 속궁합은 태어난 날을 중심으로 간지를 대조하여 화합 정도와 애정관계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나눔과 이해에 대해서 알아보는 속궁합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고 한다.
혼인의 길흉을 점치는 가취점(嫁娶占) 풍속은 중국 춘추시대부터 있었다. 혼인을 앞두고 남자 집안에서 길흉을 점쳐서 점괘가 길하면 여자 쪽에 알리는 관습이 기록되어 있다. 가취점은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조선시대까지 널리 행해졌다. 세종실록에 세자빈을 간택할 때 길흉을 점치고 상(相)을 봤다는 기록이 있다.
속궁합은 주로 성생활에 관련하여 사용되는데, 국어사전에도 '성적 어울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최근 겉궁합은 ‘케미(chemi)’라는 신조어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속궁합은 ‘섹스코드(sex code)’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의 조화인 겉궁합은 연애를 하면서 짐작할 수 있지만, 성적으로 개방된 현대사회라 해도 속궁합이 잘 맞는지는 성생활을 함께 해보지 않고는 알기가 어렵다.
마냥 좋고 행복한 플라토닉러브와는 달리, 섹스는 실질적이지만 상대적이고 정해진 법칙은 없다. 속궁합은 유물론과 관념론이 합쳐진 개념이고, 최고의 섹스코드는 서로 성적 취향과 스타일, 쾌감의 한계점이 비슷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조화가 맞아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훌륭한 성기나 뛰어난 기교만으로는 쾌감이 아닌 고통을 주게 된다. 섹스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양보와 배려를 통해서 함께 즐거움과 행복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원하는 것을 알아주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주는 남성', '혼자만 좋아하지 말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남성'.여성들이 원하는 속궁합이 맞는 남성들이다.
'짐승처럼 여기지 말고 남성의 성 생리를 이해해주는 여성', '함께 절정에 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는 여성'. 남성들이 원하는 속궁합이 맞는 여성들이다.
마지막에 찬사를 받는 사람은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다. 영원한 진리인 이 말은 섹스코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력하는 섹스가 최고의 섹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