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이 자긍심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말한마디에 스마트폰 사업 23분기 연속 영업적자, 누적 영업적자 5조원이라는 뼈아픈 결과로 처참하게 뭉개졌다.
1989년 모바일사업에 첫발을 내딘 LG전자는 1990년대 후반 세계 최초 코드 분할 다원접속(CDMA) 'LDP-200'를 앞세워 당시 모바일 시장 최대 강자인 모토로라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성장했다. 2005년 LG전자는 'LG-LP5900' 초콜릿폰으로 소위 대박을 터트린다. 당시 시장에서는 '다시는 이런 제품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다'는 호평 일색이 주를 이뤘다.
이후 2006년 'LG-LV4200' 샤인폰과 2007년 프라다폰이 연이어 대박을 치면서 LG전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모바일 황금기'를 누렸다. LG전자가 황금기 시대에 취해있던 그 시각 세계는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으로 전 세계 모바일산업은 스마트폰으로의 사업 전환이 본격화 됐다.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이 기술 우위의 스마트폰 사업에 전념할 때 LG전자는 연구개발(R&D)을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서 마케팅 선도기업으로의 전환에 주력했다. LG전자는 당시 멕킨지 컨설팅 이후 기술에서 마케팅으로 변화를 택했는데 '완벽한 패착'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LG 모바일사업의 '끝 모를 추락'. 뒤늦게 스마트폰에 뛰어든 LG였지만 한 번 놓친 기회는 다시 잡을 수 없었다. 기회의 신은 LG전자에게 앞머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결과의 책임은 당시 LG 모바일 사업을 이끈 남용 전 부회장에게 쏟아지지만 결국은 선택과 집중에 판단력을 잃은 당시 경영진들의 안일함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의 수주대토(守株待兔)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통매각할지 부분 매각을 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운영 방향을 검토 중이다. 어쩌면 실적 공개 때마다 가전과 휴대폰의 극명히 엇갈리는 성적표에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란 처방이 LG전자에는 명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뿌리 깊게 곪은 상처에서 약만 바르며 하염없이 낫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칼로 도려내 상처 뿌리를 뽑고 다시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것이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결론이 선다. 매각소식에 주가가 뛰고 시장의 반응도 잘한 결정이다로 모아지는 걸 보면 말이다. 진작에 접었어야 할 사업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미래를 위한 LG전자 선택에 응원을 보낸다. 지금은 비록 뼈아픈 선택이 되겠지만 이번 결정이 미래 LG를 위한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받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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