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중에서
따뜻한 기후의 해안가나 섬 지역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는, 그런 해안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의외로 잘 자란다. 하지만 날씨가 많이 차가운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안가의 유명한 동백나무 숲으로 여수 오동도를 들 수 있다. 충남 서천군 마량리와 전북 고창의 선운사 등의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곳의 동백나무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동백(冬柏)은 홍다화(紅茶花), 해홍화(海紅花), 다매(茶梅) 등으로도 불리며 한약명은 산다목(山茶木)으로 코피, 변혈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동백나무의 크고 탐스런 꽃에는 꿀이 많아, 작은 새들이 날아와서 꿀을 먹는 사이에 수정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탐스런
빨간 꽃 덕에 관상용으로 유명하지만 식용이나 약용으로도 이용된다. 동백나무의 씨에서 짜낸 기름은 예로부터 등잔불을 밝히는 용도와 아녀자들의 머리에 바르는 기름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정제된 기름은 고급의 식용유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주로 자생한다. 부산항과 일본의 후쿠오카 항구를 오가는 크루즈 선박의 이름이 카멜리아(Camellia)인데 카멜리아는 동백나무의 영어 이름이다.
원래 꽃들은 다양한 색을 지닌 경우도 많지만,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노란 동백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백꽃’은 빨간색인데, 소설에서는 왜 노란 동백꽃이라 한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생강나무에 담겨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생강나무는 잎과 어린 가지를 비벼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우리가 양념으로 이용하는 생강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의 꽃을 ‘동백꽃’ 또는 ‘산동백꽃’이라고 불러왔는데 차가운 기온에서는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기에, 이런 지역에서는 동백나무 대신 생강나무의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을 대체해서 사용해 왔다.
그래서 생강나무의 다른 이름이 ‘산동백나무’, ‘동박나무’ 등으로 불리었고, 생강나무 꽃도 ‘동백꽃’으로 불렸던 것이다. 즉,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빨간 색의 동백꽃이 아니라 강원도의 방언으로,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꽃을 뜻하는 것이다.
이른 봄부터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하기에 생강나무는 ‘봄을 맞이하는 전령사’로 불린다. 어린잎과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차(茶)로 만드는 데, 생강 맛을 담은 독특한 향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손발이 저리고 시린 증상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어깨가 아프고 뻐근한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생강나무의 말린 가지는 황매목이라 하고, 껍질은 삼찬풍(三鑽風)이라 하여, 타박상으로 인한 어혈을 제거하는데 사용해 왔다. 부드러운 어린잎은 튀각을 만들어 식용하기도 한다. 잎과 가지에서 생강 향기가 나는 방향성 정유를 함유하고 있어 이를 상처 치유에 사용한다.
이렇듯 김유정 소설 속의 ‘노란 동백꽃’은 바로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다. 소설 속 배경이 동백나무가 자라기 힘든 추운 지역인 강원도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알싸한 내음새’라는 표현에서도 생강나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빨간색의 동백꽃이든, 노란색의 생강나무꽃이든 맘껏 즐길 봄날이 빨리 오길 바라는 답답한 겨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