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 원칙 말하면서 왜 장애인은 시설에서 집단거주 시키나”

“정부, 거리두기 원칙 말하면서 왜 장애인은 시설에서 집단거주 시키나”

장혜영 의원, 코로나긴급탈시설법 발의

기사승인 2021-02-26 06:00:1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5일 국회 앞에서 코로나긴급탈시설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감염취약계층인 장애인에 대해서는 시설에서의 거주를 방치하고 있어 ‘탈시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신아재활원, 안산 평화의 집 등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 내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올해 1월 초 기준으로 247명에 달한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장애인 환자는 약 4%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사망자 중 21% 이상이 장애인일 만큼 장애인에게 코로나19는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5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긴급탈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 준수를 말하면서도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서는 집단 동일격리시키고 있다”며 “그 안에서 집단 감염되고, 집단으로 사망해도 정부나 지자체는 법률이 없다고 무시했다. 제도가 없다는 핑계로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20일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나이 63세, 몸무게 42킬로그램, 폐쇄병동 생활 20년.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이분이 의미하는 것이 대한민국 시설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전국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3만명이 넘는다. 이중 절반 이상이 평균 10년 넘게 살아가고 있고, 강제로 입소된 사람도 67% 이상이다. 정 활동가는 “탈시설은 장애인들의 생존권”이라며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시설에서는 한 방에 5명이 넘게 생활하기도 한다. 집단감염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탈시설을 넘어 시설 폐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인 거주시설 내 절대다수가 발달장애인”이라며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무런 대책 없이 코호트 격리시켰다. 발달장애인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과 지난주 일요일에도 발달장애인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배동 모자 사건에서도 엄마는 죽어갔고, 그 모습을 장애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숙 생활하며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고, 몇 달이 지난 뒤 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며 “발달장애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는 이렇게 살고 있고,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5일 코로나긴급탈시설법을 발의하면서 감염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코로나긴급탈시설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가 감염병을 비롯한 팬데믹 시대에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시설을 일시폐쇄하고 시설 내 인원을 임시격리시설로 분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들에게 의료, 방역물품을 지급하고 복지서비스 제공 등 생활 지원도 의무화된다.

장 의원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방역의 첫 번째 원칙인데,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만 예외 취급당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나 감염된다. 그런데 왜 정부는 차별하는가. 장애인확진자 247명 중 70%가 시설거주 장애인이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감염률이 높았다는 것은 집단격리가 도움 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 하루라도 빨리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법령, 기준이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하겠다. 모두가 동등하게 존엄하고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감염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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