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시장에 대한 '내기 골프' 의혹은 지난 23일 D언론사에 의해 단독으로 보도됐다. D사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윤 시장은 사업가 2명, 모 병원 이사 1명 등 모두 4명이 안산시 소재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이후 이들은 오후 5시쯤 저녁식사하러 골프장을 나섰다. 윤 시장은 K라는 가명으로 예약했다.
이에 안산시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 시장 내기 골프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이 가짜뉴스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즉각 해명했다. 이어 "비서실에서 시장의 주말 개인일정을 몰랐기 때문에 나온 답변이다. 또한 윤 시장은 골프를 할 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지난 24일 안산시 대변인을 고발인으로 해 기사를 작성한 C기자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브리핑 자료를 배포했다.
D사의 윤 시장 내기 골프 의혹 기사와 안산시의 윤 시장 개인적인 제주도 방문 해명은 둘 중 무엇이 맞다하더라도 문제 소지가 있다. 문제가 되는 시점인 지난달 22일부터 24일은 주말이면서 코로나19 방역 고삐를 죄기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간 연장된 시기다.
◈ 안산시 모호한 태도, 시장 동선 이제라도 항공권 등으로 적극 해명해야
안산시 해명대로라면 윤 시장은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도 모르게 제주도를 방문했고, C기자의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취재기간 항공권 등의 증거자료를 근거로 한 적극적인 해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분명히 아니라고 그랬다. 왜 우리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나. 거꾸로 그러면 기사를 쓴 증거를 우리에게 주면서 얘기를 해야지. 누가 제보했는지 안 주면서 무조건 우리한테 증거를 제시하라…, 증거를 요청한 적도 없다. 세 번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세 번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산의 J기자는 "안산시는 증거가 아닌 구두로만 해명했다. 대변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냐. 말로 한 증언은 객관성이 떨어지고,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대변인이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이런 중차대한 시장 관련 의혹 기사를 너무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 P씨는 "정말 윤 시장이 사적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면, △일과시간 이후에 안산을 출발했는지 △공항까지 왕복을 관용차와 기사를 이용했는지 △항공료, 기타 경비 등을 어떻게 결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사적인 일정에 공적인 재산을 활용했다면 이는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이 모이는 장소는 발열체크와 방명록 또는 QR코드 확인이 의무다. 그러므로 윤 시장이 골프장에 갔다면 이런 것들만 파악해도 사실확인을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윤 시장이 가명으로 예약했다면 전화번호는 남는다. 이를 통해 윤 시장 관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객관적인 방법이 아닌 구두로만 안산시는 해명하려고 했고, 이런 안산시의 태도가 안이한 언론대응이었다는 평가다.
여전히 안산시 비서실은 문제된 기간의 윤 시장 일정을 "확인해 줄 수 없다"거나 "모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인이 더군다나 한 시(市)를 대표하는 시장과의 핫라인이 끊겼다는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안산시의 태도는 성남시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난 2018년 10월 4일 은수미 성남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 힘들다. 밤낮없이 카톡이나 페북이 오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시민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성남시장은 시민의 공공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가 아닌 민·형사상 소송으로 기자 길들이기 논란
정부나 공공기관은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法益)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해 정정보도 청구, 반론보도 청구, 추후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인격권 침해 정지 및 침해예방·관련물 폐기 청구, 명예회복 청구, 시정권고 청구, 선거기사심의 등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안산시는 문제의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지 않고 언론사가 아닌 기자만 형사고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기자는 "'아니다'라고 여러번 말로써 해명을 했음에도 말을 듣지 않고 기사를 써 결국 '괘씸죄'를 물어 기자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들은 "아무리 사적인 목적이라지만 공인인 시장의 일정을 비서실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객관적 사실확인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기사를 마치 보도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가 아닌 형사고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발장을 접수한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안산시가 윤 시장의 항공권을 증거로 제출했다"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은 해줄 수 없고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항공스케줄 상 물리적으로 윤 시장이 골프를 쳤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C 기자가 확보한 K 속기사무소의 녹취록 등에 따르면 윤 시장이 골프를 쳤다고 의혹을 살 만한 내용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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