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 톡톡] 지금은 부동산보다 현금 자산

[금진호의 경제 톡톡] 지금은 부동산보다 현금 자산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1-04-19 12:13:06
금진호 연구위원
요즘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해 준다는 기사를 종종 읽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매매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어마어마하고, 집을 계속 갖고 있자니 보유세가 올라 세금으로 매년 낼 바에야 어차피 상속될 부동산을 사전에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부자들의 이야기다. 자녀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상 자녀에게 무언가를 물려준다는 얘기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녀의 신분 상승은 교육을 통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 있는데 바로 자본(자산)이다. 이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이라는 변수가 갖는 힘이 과거보다는 현저히 줄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법고시만 패스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고 사법고시에 도전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몰아주었다. 대부분 그들은 장남이었으며 땅을 팔아 공부하게 밀어주고 소를 팔아 자취방을 얻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만한 일이었을 것이고 이에 뒤따르는 보상도 컸다. 실제 그런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된 분도 계셨다. 

요즘에는 자녀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공모주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가족 명의로 청약하는 게 유리해진 것도 있겠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에 따라 투자에 대한 부모들의 근본적인 마인드가 바뀐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입하면서 재택근무가 늘고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매일 치솟고 있고 테슬라는 차량 매매를 비트코인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화가 바뀌었다. 법학대학원을 나와서 변호사가 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신분 상승은 어렵다. 변호사 개업을 해도 엄청난 경쟁을 하여야 한다. 게다가 매년 변호사들의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변호사에게 주는 수익은 그리 크지가 않다. 

이런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한 번의 성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투자 마인드로 말하면,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자격증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무엇의 가치가 올라갔을까? 불편한 현실이지만 자산 가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옛말에 유행하던 ‘사’자가 들어가는 사위를 볼 때 아파트와 고급승용차를 준다는 얘기는 자주 듣질 못한다. 이렇게 주고 의사 사위를 맞느니 아예 자신의 딸에게 증여해 주겠다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얼마만큼의 돈을 소유했느냐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다. 

이런 시대는 짧은 시간 안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시대에 자녀에게 금융과 투자 그리고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축의 미덕을 가르치는 시대에서 투자를 직접 경험케 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자녀에게 투자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는 방법으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증권사를 방문하거나 공모주를 청약하러 오는 부모들도 종종 본다. 필자는 여기에 자녀들에 대한 증여를 강조하고 싶다. 증여란 한쪽의 당사자(부모)가 대가 없이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자녀)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되는 계약인데, 현재 세법에서는 미성년자인 경우, 10년 단위로 2000만 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만일 태어나자마자 증여하면, 성인이 되기까지 4000만 원을 증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증여가 왜 중요할까? 막대한 세금을 물고 부동산을 증여하기보다 일찍 준비한 증여는 매우 큰 자산 가치를 안겨준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 2000만 원을 증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 5%의 복리로 100세까지 운용하면 25억 원이 된다. 1% 더 수익률을 높여 6%로 가정하면, 64억 원이 넘는다. 7%면 무려 162억 원이나 된다. 

놀라운 자산 증식의 사례다. 자녀에게 현금성 자산을 일찍 증여하면 100년의 투자가 가능한 시대다. 다만 금리가 매년 이렇게 될 것인가는 차치해 두자.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 것이고, 그 기간만큼 현금 자산의 기회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평균수명 연장이 보여주는 놀라운 가치이자 수익이다. 우리 모두 그 기회를 놓치지 말자. 그리고 건강하게 노후를 맞이하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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