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아이들은 즐겁다’ [쿡리뷰]

우리는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아이들은 즐겁다’ [쿡리뷰]

기사승인 2021-05-01 07:00:05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윗옷에 우유를 흘린 다이(이경훈)를 가리키며 진우가 말한다. “선생님, 다이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곁에 앉은 몇몇 어린이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맞선다. “무슨 냄새?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선생님도 다가와 코를 킁킁 대더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타박한다. 정말 이상한 냄새가 나서 그렇다고 말했을 뿐인데,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진우는 억울하고 속상하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감독 이지원)는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를 묻는 작품이다. 9세 소년 다이를 통해 어린이의 세계가 해체·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옷에 우유를 흘린 다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우의 말을 거짓으로 치부해도 괜찮을까. 공부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학원 뺑뺑이’는 선물일까, 고통일까. 엄마의 병세가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비밀에 부치는 게 과연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착하고 순수한 존재’로만 여겨지던 어린이를 ‘입체적인 삶의 주체’로 인식하게 된다.

다이는 아빠(윤경호)와 둘이 살지만 혼자 잠드는 날이 많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빠(윤경호)는 자주 집을 비우고, 엄마(이상희)는 병원에 입원했다. 학교가 끝나면 삼총사인 민호(박예찬), 유진(홍정민)과 아지트에 가거나, 시아(옥예린)와 책을 읽는다. 독서를 좋아하는 덕분에 받아쓰기는 언제나 만점. 하지만 그 때문에 반에서 1등을 도맡던 재경(박시완)과는 서먹하다. 학교생활을 대체로 즐겁지만, 엄마가 집에 없는 사정을 친구들이 알까봐 조마조마할 때도 있다.

다이가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동안, 그를 지탱하던 오래된 세계 하나가 위험해진다. 엄마의 병세가 나빠진 것이다. 다이는 엄마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엄마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민호와 시아, 그리고 얼떨결에 재경도 여행에 동참한다. 명랑하고 때론 아슬아슬하기도 한 여행의 끝에서, 다이는 어떤 결심을 한다. 그로 인해 넓은 땅에 뿌리 내리게 된 한 생명은 다이의 성장을 암시하는 동시에 희망이 깃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허5파6 작가가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평균 평점 9.95점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등장인물의 사연을 신파로 소모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과 시선에 집중한 원작의 미덕이 영화에도 잘 반영됐다. 영화 ‘여름밤’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지원 감독의 솜씨다. 이 감독은 촬영 당시 어린이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각 장면 속 상황을 설명해 감정을 이끌어냈다. “어린이 배우들이 진짜 감정을 느끼고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 연기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이를 위해 촬영 전 3개월 간 어린이 배우들을 만나 상황극을 진행하며 영화 속 감정을 이해시켰다고 한다. 5일 개봉. 전체관람가.

wild37@kukinews.com /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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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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