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정민씨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의 죽음에 대해선 많은 시민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사망 경위를 직접 수사하듯 추적에 나섰다. 언론도 관련된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아내면 ‘단독’이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손씨의 친구 A씨에 대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이미 ‘살인’이라고 단정 짓기도 한다. 이걸 커뮤니티에 마치 ‘진실’을 알리는 양 글을 써서 퍼트리기도 하고, 신상털기-별점 테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몇몇 상황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살인’이라고 확신하며 마녀사냥에 나선 것과 다름없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가 “의대생 한강 실종 같은 안타까운 사건은 매일 몇 건씩 일어난다”며 “매스컴에 탔다고 그때마다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나. 자꾸 말도 안 되는 음모론 퍼트리면 그에 대한 수사보고를 써야 하고 답변 작성으로 자꾸 밀린다”고 글을 남겼다. 다른 이는 “다들 방구석 코난에 빙의해 얼른 이 사건 해결 안 하냐고 하는데 이 사건 때문에 본인 사건이 밀리면 뭐라 할지 궁금하다. 뭐 이리 대한민국에 방구석 코난들이 많은지”라며 비아냥 대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경기도 평택항에서 하청 인력업체에 소속돼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300㎏ 무게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다. 당시 작업장에는 안전장치도, 안전관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죽음은 숨진 지 15일째가 되고 나서야 겨우 세상에 알려졌다. 스무날이 지난 지금도 그의 빈소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구의역 故 김군, 태안화력발전 故 김용균, 청년 장애인 노동자 故 김재순 등이 목숨을 잃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들의 죽음은 나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인 죽음이다. 하루 평균 산재 사망자는 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은 21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있던 의대생 실종 후 사망 사건과 평택항 산재 모두 안타까운 일이고,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한쪽으로만 이목이 쏠리는 건 옳지 않다. 특히 산재 사망은 수차례 반복돼왔다. 더는 사회적인 죽음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비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목숨값은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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