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엔드 오브 데이즈(End of Days, 1999)’와 기업의 수명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엔드 오브 데이즈(End of Days, 1999)’와 기업의 수명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5-27 14:00:20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1632~1677)의 유명한 경구처럼, 정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꿋꿋하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지구 최후의 날’, 즉 인류의 종말을 뜻하는 <엔드 오브 데이즈(End of Days, 1999)>는 세기말에 인류의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의 극복을 보여주는 영화다. 엄청나고도 신비한 영적 힘을 가진 사탄( 가브리엘 번)이 2000년 1월 1일이 되기 전에 크리스틴 요크(로빈 튜니)와 관계(sexual relationship)를 맺게 되면, 그리스도에 의해 갇혀 있던 사탄이 지옥문을 열고 나와 인류는 멸망하게 되고, 사탄이 새 천년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전직 형사 제리코 케인(아놀드 슈왈츠네거)은 자정을 10여 분 앞둔 순간, 크리스틴이 사탄에게 겁탈당하기 직전 인류의 운명을 걸고 제리코와 사탄의 생사를 건 일대 격투를 벌인다. 무기를 버리고 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점령한 사탄을 물리친다. 결국, 자신이 희생되지만, 크리스틴과 인류를 구한다.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쇠망하게 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의 종말, 사람의 일생, 이는 기업으로 본다면, 기업수명일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의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라고 표현되는데, 제품이 처음 개발되어 성장․발전․쇠퇴의 과정을 겪는 것을 말한다. 회계에서도 ‘계속기업의 가정’(going concern assumption)이라 하여, 어제 운행되던 버스나 기차가 오늘도 운행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미래에도 일어날 것으로 가정한다. 계속기업의 가정은 반증이 없는 한 기업은 그 목적과 의무를 이행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장기간 존속한다(실체의 계속)고 가정한다. 그러나 기업은 경영부실, 기업의 외적 환경변화 등의 원인에 의해 도산하게 될 수도 있지만, 조직과 전략을 환경변화에 적응시킬 수 있다면,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기업이 존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쉽게 기업을 파산시켜서는 안 된다. 기업은 국가경제 발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종교와는 관계없이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악의 대립을 이야기해 준다. 사람이 선택 문제에 직면할 때, 선한 마음이 더 세면 선한 행동을 하게 되지만, 눈앞의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 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영화에서의 표현과 마찬가지로 악은 악으로 막을 수 없고, 완전한 악은 완전한 선으로만 막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에 있어서도 더 이상의 경영부실을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방법으로 기업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세기말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에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인간의 나약한 면을 보여주지만,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사실을 제시해준다. 자정이 되기 전에 악을 물리치는 방법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인류를 구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제리코는 마치 예수와도 같이 인류를 구원한다. 언제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진정으로 기업을 위하는 지도자(경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변화에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닌 경영자, 그 기업만의 이념을 정립하여 그 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하고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은 이익 창출뿐만 아니라 강한 목적의식과 유대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그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정해진다. 기업도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그 연륜이 쌓여간다. 우리 기업들의 오랜 연륜,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미래를 윤택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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