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땐 술이라도 마셨지…” 4단계 영업제한, 식당가 ‘속 탄다’ [가봤더니]

“IMF땐 술이라도 마셨지…” 4단계 영업제한, 식당가 ‘속 탄다’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1-07-14 06:00:29
한 고깃집 점주는 12일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한숨을 쉬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한창 붐빌 시간이지만 홍대입구역의 한 주점이 텅 비어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IMF땐 사람들이 힘들어도 소주라도 한 잔씩하며 이겨냈는데, 지금은 술 마시러 가는 것조차 불가능한 세상이니 참 답답합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첫날인 지난 12일 오후 8시 반.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낙지요리집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A씨는 이른 시각이지만 벌써 마감 준비에 한창이었다. 20평 규모 총 2층의 식당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2명의 손님만이 겨우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씨는 “1997년 IMF 당시부터 요식업에 종사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앞으로 4단계 기간을 어떻게 버터야 할지 그는 전날 잠을 설쳤다고 했다.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까지. 그는 마스크를 매만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만해도 자정까지 영업이 허용된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가나 했는데 한순간에 희망이 좌절로 바뀌어 허탈하다”며 “2층은 운영을 중단하고, 종업원들의 근무 시간도 조정해서 어떻게든 버텨 볼 생각이지만, 한 달 이상 상황이 지속된다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대입구 거리는 오후 6시가 다가오며 인파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따라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이윽고 6시가 되자 만남을 마치고 일찍부터 역과 택시로 향하는 이들이 곳곳서 눈에 띄었다. 밤이 다가올수록 더 화려하게 빛나던 홍대의 네온사인은 달이 뜨기도 전에 힘을 잃어갔다. 

홍대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고 있던 한 상인은 “전날부터 4단계를 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줄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더 없다“라며 ”점심부터 사람들이 없더니 저녁엔 완전 휑해졌다. 홍대에 사람이 이정도로 줄어든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후 6시 이후의 홍대입구 거리, 붐볐던 인파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 사진=한전진 기자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전 부치는 소리로 가득하던 공덕역 인근 마포 전 골목도 이날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평소라면 전집 직원들이 산적과, 고추전, 새우튀김 등의 전을 부치느라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일찍부터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팔리지 않은 채 바삭함을 잃은 눅눅해진 전들이 마치 이날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코로나19는 마포 전 골목서 61년간 갈비집을 이어온 한 사장의 얼굴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평소라면 하루 90팀의 연회석 손님도 받던 가게지만, 이날은 10팀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곳 사장 B씨는 “그나마 받았던 4인 예약도 모두 취소한 상황이고, 근처 사무실도 다 재택근무에 들어가 점심 매출도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11명까지 있던 종업원은 지금 절반도 채 안 나오고 있다”라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다달이 나가는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까지 어느 하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고 B씨는 호소했다. 그는 “영업장 기준으로는 우리 가게가 소상공인으로 분류가 안 돼, 여러 지원책에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라며 “임대료를 강제적으로 낮출 수 없다면, 공과금이나 부가세를 등을 상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정책정도는 나와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통해 피해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나 규모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정부와 자영업자간의 긴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여러 논의 과정과 정부의 행정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에나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12일 오후 마포 전 골목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B씨는 “재난지원금이나 보상금이라는 것이 결국 몇십만원 가량을 정부가 지급해주고 끝내겠다는 건데, 너무 무책임하다"라며 ”취지는 이해해도, 종업원 월급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피해를 보상받았다 하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희생하고 있는데, 정부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고강도의 방역 조치에 피해가 누적된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차량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방역조치는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그나마 남은 인공호흡기마저 떼어버리는 것”이라며 “오는 14일 오후 11시 국회 인근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현재 확진자 중심의 거리두기 단계 구분을 입원환자 수·사망률 중심으로 변경하고 일방적인 영업시간 제한보다 자율성과 책임을 중시하는 방역수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속한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해 손실보상 대책을 마련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년도 법정최저임금을 동결 혹은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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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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