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기간 안에 각자 주장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도 이른시일 내에 노동계와 경영계를 불러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 안전보건교육 수강 및 과태료 부과,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의 공표 등이 담겼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의 보완 입법을 정부에 촉구했다.
먼저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에서 핵심대책은 빠지고, 직업성 질병이나 시민재해 대상에서 적용제외를 남발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시행령에는 '2인 1조 근무', '과로사 근절', '안전작업 위한 인력확보' 등 법 제정의 핵심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시민 10만명의 힘으로 입법발의하고 국민의 72%가 제정에 찬성한 법"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이 장기간 목숨을 건 단식농성으로 제정된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 제정 이후에도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과 광주 붕괴 참사 등 대형시민재해가 발생할 때 마다 정부와 여당은 시행령에서 법의 취지를 반영하고 강화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며 "그러나 시행령 예고안은 반복되는 죽음의 핵심 대책은 빠져있고 법보다 후퇴한 시행령으로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시행령으로 피해자 유족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노동자 시민의 엄숙한 명령을 저버린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문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면죄부 시행령 조항을 즉각 삭제하고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핵심대책과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시한 온전한 시행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노동자들을 포함한 시민들은 지난 추운 겨울날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자 법제정에 나섰다"면서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5인 미만은 아예 적용제외 시켜 계속되는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분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허술한 법이라도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을 다졌으나 시행령 안을 보니 정부는 시민들의 안위는 뒷전이고 기업들만의 정부인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을 가져가는 잘못된 구조를 정부가 왜 밀어주고 있는지 이제는 국민 앞에 말해야 한다"며 "노동자도 가족도 파괴하는 기업을 정부는 시행령을 바로잡아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국민으로부터 잃은 신뢰를 지금부터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연료 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모친이다.
경영계는 노동계 주장과 달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기업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명확하지 않은 규정으로 처벌범위만 넓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선·자동차·반도체·정유 등 주요 기업 안전·보건 관계자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모호한 규정으로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됐다"며 "합리적인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매모호한 시행령 제정으로 중대재해가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사업주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경총 등 기업 안전보건 관계자들은 업종별로 시행령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나열하고 이와 관련한 보안입법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조선·건설업종은 직업성 질병 목록에 규정한 열사병에 대해 "여름철에는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이 제정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매해 수사와 처벌을 받을 위험에 놓일 처지에 있다"고 했다.
자동차·타이어업종의 경우에는 "원청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제3자 사고에 대한 책임도 사업주가 질 수 있게 됐다"면서 "정부의 해석과 가이드라인으로 법을 적용하게 되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종 특성상 화학물질 취급이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종은 경영책임자가 관리해야 할 원료와 제조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종의 경우는 경영책임자 의무 전담조직 설치 요건인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이내 건설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데 정부가 건설 산업 환경의 충분한 고민 없이 시행령을 제정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업종별로 제기된 의견들을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 중 충분히 수렴해 시행령을 합리적으로 제정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 부주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법률수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또 "경영책임자 범위, 도급인의 책임 범위 등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연대에 보완입버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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