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대와 같이 초롱꽃과식물인 도라지는 영어로 ‘벨 플라워(bell flower)’ 또는 ‘발룬 플라워(balloon flower)’라고 부른다. 도라지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오각형의 종 모양이라서 ‘벨 플라워(bell flower)’라고 불리지만, 꽃이 피기 직전의 모습은 열기구의 풍선을 닮았다 하여 ‘발룬 플라워(balloon flower)’라고 한다.
잔대의 한약명은 사삼(沙蔘)이다. 모래땅에서도 잘 자란다고 해서 모래 사(沙)를 붙여 사삼(沙蔘)이라고 한다. 잔대는 효능과 모양이 도라지와 인삼을 닮았다 하여, 도라지의 한약명인 길경에서 길(桔), 인삼(人蔘)의 삼(蔘)을 따서 길삼(桔蔘)이라고도 불린다.
인삼을 닮은 잔대의 굵은 뿌리를 한의학에서는 해독, 진해, 거담 등의 약효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삼이 따듯한 성질로 양기를 보하는데 반해, 사삼은 달면서 약간 쓴맛의 서늘한 기운으로 인체의 음(陰)과 특히 폐기(肺氣)을 보한다. 어린 잎과 뿌리는 생으로 먹기도 한다.
잔대, 즉 사삼(沙蔘)을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삼은 맛이 달고 약간 쓰며, 그 기운이 약간 차갑다. 인체에 필요한 음을 기르고, 불필요한 열을 내리며, 폐를 촉촉이 하여, 가래를 묽게 하여 배출하기 쉽게 하고, 위의 기능을 도와 진액을 생성한다. 간과 폐의 음기를 길러 체내의 불필요한 허화(虚火)를 제거한다.
沙蔘味甘、微苦,性微寒,可养陰清熱、潤肺化痰、益胃生津,能補肝肺之陰而去其虚火。
잔대를 포함한 초롱꽃과 식물인 도라지, 더덕, 모시대 등에는 다양한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 각종의 사포닌은 폐와 기관지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능이 있다. 대부분 음을 보하고 진액을 생성시키며 폐의 열을 식혀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한다. 또한, 잔대는 각종 유해물질에 대한 해독 효과가 강해서, 몸 안의 불순물 배출에 효과적이다. 그래서 다이어트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산후조리에 늙은 호박과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흔히, 잔대와 약성이 비슷한 더덕을 사삼(沙参)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학문적으로 잘못된 설명으로, 더덕의 한약명은 양유근(羊乳根)이다. 뿌리를 자르면 ‘양의 젖과 비슷한 액이 흐른다’하여 양유근이다.
더덕과 비슷한 약초로 모시대가 있다. 모시대의 한약명은 제니(薺苨)로, 사삼(南沙参)이라고도 불린다. 모시대는 더덕과 마찬가지로 약용과 식용으로 이용되지만, 잔대는 대부분 약용으로만 이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북사삼(北沙参)이란 이름의 한약재도 있는데, 이는 갯방풍이다.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갯방풍(Glehnia littoralis)은 위에서 설명한 도라지, 잔대, 더덕, 모시대와 같이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초롱꽃과 식물이 아니고, 당귀, 천궁 등이 속하는, 우산모양의 꽃을 피우는 산형과 식물이다. 하지만 갯방풍은 사삼과 비슷한 약효를 지녀서 북사삼(北沙参)이라고 불린다.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인체의 정기를 북돋아 주는 한약으로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생맥산은 여름철의 뜨거운 기운에 손상되기 쉬운 폐의 순환을 도와서 몸의 열기를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처방이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 세 가지 한약재로 구성된 생맥산에서, 따뜻한 성질의 인삼 대신 평(平)한 기운의 도라지를 넣으면 청성차(淸聲茶)가 된다. 청성차(淸聲茶)는 ‘목소리를 맑게 하는 차’라는 이름처럼 인후염 및 목감기 등의 폐와 기관지의 병증을 다스리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청성차(淸聲茶)에서 평(平)한 기운의 도라지를 빼고 약간 차가운 기운의 잔대를 넣으면 요즘처럼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가는 무더위에 지친 우리 몸을, 더 효과적으로 달래줄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더위와 탁한 공기를 피해, 좋은 공기가 넘치는 숲길을 찾아 거닐며, 우리 몸에 좋은 약재이면서, 또한 아름다운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잔대, 도라지, 더덕, 모시대 등을 찾아보면 좋은 시간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