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의료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의약단체들과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오는 9월 PA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공청회에서 시범사업안을 공개할 예정이며, 공청회 이후 정책 추진방향은 보발협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 아무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문간호사라는 명칭으로 포장한 불법진료보조인력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한다”며 “PA는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의사 전문성을 쌓아 나가는 전공의의 수련기회 조차 박탈한다. PA는 우리나라 면허제도의 근간 훼손, 불법의료인의 합법적 양성화, 직역간 갈등 초래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해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무면허 의료인력들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묵인으로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대외적으로 PA 의료행위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뒤로는 합법화를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공공연히 PA 합법화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꼼수를 통해 붑법 의료행위 합법화를 시도하는 복지부의 행태를 규탄하며, 이러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정부가 빠르게 PA 합법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올해 진행예정인 심장초음파 급여화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심장초음파를 PA가 맡고 있다. 올해 급여화 예정인데, 급여가 되면 정부가 질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현재처럼 PA가 진행하면 불법을 방관하는 것이므로 급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 PA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변경하며 사실상 PA 합법화를 시도했다. 앞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자와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라며 PA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병원계에서는 적은 돈으로 인력을 쓸 수 있어서 찬성하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의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사전에 복지부와 교감을 통해 나온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이 추진하면 다른 병원들도 잇따라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PA를 확대하려는 이유로 의사 수 부족을 꼽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 폴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이들은 “의사 인력부족은 의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공백을 만들어내는 만큼, 의사의 업무를 다른 직종이 대신하는 이른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된다”며 “대체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조차 PA의 ‘불법의료’ 없이는 의료기관이 돌아가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늘리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