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공임신중절 가능 시기(임신 주수) 등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고,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진 바 없어 수술을 고민하는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수술이 가능한, 즉 수술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의사)을 수소문해 찾아가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 관련 의학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반복적인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를 신설했지만, 의료진이 개인적 신념 등의 이유로 상담을 거부할 경우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상담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도 없어 임신 여성들은 이전처럼 알음알음으로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또 그간 낙태 수술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불법이었기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수술 후 관리는 어디까지 받아볼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과거 불법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낙태 시 주로 시행하는 소파술은 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방식인데, 의료진의 술기가 매우 중요하다보니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지 않았거나 미숙한 경우 자궁천공, 감염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지지 때문이다. 하지만 낙태 시술 자체가 개원가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졌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나 질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있었다는 게 그 교수의 설명이다.
열악한 낙태 인프라는 결국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태아의 생명권 박탈로 이어진다. 만약 이들이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었거나, 혹은 임신 유지를 숙고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본인의 건강은 물론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태아의 생명, 본인의 건강 등을 고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자기결정권이 아닐까. 낙태와 관련한 모든 부담을 의사의 양심과 여성에게 지우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대체입법 마련과 낙태 시술 의료기관의 질관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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