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가을 정취를 담은 아름다운 구절초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가을 정취를 담은 아름다운 구절초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09-17 17:23:21
박용준 원장
구절초 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몰려오는 강 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김용택 시인의 ‘구절초 꽃’이란 시다. 주변 들판에 한 송이 두 송이 구절초가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시의 한 구절처럼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력으로 5월 5일 다섯 개의 마디가 자라고, 9월 9월이 되면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긴다 하여 ‘구절초(九節草)’라 불린다. 가을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들꽃으로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하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의 아름다운 꽃이 가을에 야산과 풀밭에서 잘 자란다. 흔히 들국화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들국화로 불리는 다른 식물로 쑥부쟁이가 있다. 쑥부쟁이의 꽃은 연한 보라색이지만, 구절초의 꽃은 흰색 또는 분홍색 계열이다. 쑥부쟁이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 끝마디마다 꽃이 피어서 무리 지어 보이는 점이, 가지 하나에 꽃이 하나가 맺히는 구절초와 다른 점이다. 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 꽃잎이 길고 날씬하며, 구절초는 꽃잎 끝이 국화꽃잎처럼 둥그스레한 점이 다르다. 또한 쑥부쟁이는 향이 거의 없고, 구절초는 국화향이 난다. 또한 구절초는 쑥부쟁이보다 줄기가 짧고 굵다는 차이가 있다. 

구절초(왼쪽)와 쑥부쟁이.

구절초는 민간에서 중요한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음력 9월 9일쯤 가을에 구절초 전체를 꽃이 달린 채로 채취하여 말리면 여성들에게 좋은 약이 된다. 구절초의 흰 꽃이 신선처럼 깨끗하고, 여성 특히 엄마에게 좋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른다.

떡을 보관할 때 쉽게 상하지 않도록 구절초 잎을 얹어두면 떡이 상하지 않게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옷이나 이불에 좀이 슬지 않도록 잘 말린 구절초를 한지에 싸서 옷장에 보관하곤 해왔다. 이런 우리 선조의 지혜를 응용하여, 현대 약리학적인 연구가 밝혀낸 구절초의 성분으로 아케세틴과 리나린이 있다. 이 성분들에는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어 떡을 오래 보관하게 하고, 옷과 이불에 생기는 좀을 막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한 구절초는 항염증 및 진통 작용을 지녀 특히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스트레스, 불면 등으로 상기된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도 지닌다. 그래서 구절초 등의 가을 야생화를 이용하여 베개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구절초의 서늘한 기운을 이용한 것이다. 보통 부인병을 다스리는 약재들은 성질이 따뜻한 것을 많이 사용하지만, 구절초는 약성은 따뜻한 것이 아니라 약간 서늘하거나 평(平)하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수족냉증 같은 냉한 증상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상열감과 홍조, 우울감 등의 갱년기 증후군과 같은 약간의 열감을 동반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꽃이 아름답고 향도 좋으며, 넓은 지역에 예쁘게 잘 피는 성품의 구절초를 이용하여, 구절초 축제를 여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한 곳이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한 영평사(永平寺)이다. 영평사는 아직도 반딧불과 가재, 다슬기를 만날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간직한, 조용하고 아늑한 청정 수행도량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봄에는 진달래, 철쭉, 금낭화, 매발톱꽃, 제비꽃 등을 만날 수 있고, 여름에는 옥잠화와 수국, 나리 등과 아울러 아름다운 백련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에는 구절초 등 많은 아름다운 들꽃들을 접할 수 있다. 

야외로 나가 아름다운 들꽃들을 감상하며,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다가 오고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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