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대추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대추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10-01 20:29:57
박용준 원장
추석 무렵이면 대추는 붉게 잘 익어서 수확을 기다린다. 대추는 대추나무에서 성숙한 과실을 채취해 햇볕에 말렸다가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경북 군위 지역과 충남 연산 지역의 대추가 유명하다. 『시경(詩經)』에 ‘음력 8월에 대추를 수확한다(八月剥棗)’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이 대추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한 귀한 과실이다. 대추는 열매가 올망졸망 한가득 열리기 때문에, 예로부터 자손 번식을 뜻하는 과실로 여겨져 왔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면 신랑, 신부 양가 집안의 어른들이 새신부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주는 풍습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하루에 대추를 세 알씩 먹으면 평생 늙지 않는다(一日吃三棗,終生不顯老)’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대추는 건강에 도움을 준다. 대추나무에서 수확을 마친 생대추를 선조(鲜棗)라고 한다. 생대추를 햇볕에 잘 말린 것을 홍조(紅棗)라고 한다. 선조(鲜棗)에는 수분이 약 60%, 홍조(紅棗)에는 30% 정도 함유되어 있다. 주성분은 탄수화물이다. 단백질과 각종 유기산, 철분과 칼슘 같은 미네랄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선조(鲜棗) 100g에는 60㎎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의 사과나 귤보다도 많은 함량이다. 그래서 대추는 비타민C의 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비타민C는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기에, ‘대추를 매일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이다. 대추에 풍부히 함유된 칼슘은 뼈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촉진한다. 

대추에는 비타민P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P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로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P는 비타민 C를 도와서,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비타민C와 함께 멜라닌 색소생성을 억제하여, 잡티나 기미가 생기는 것을 막아서 피부의 미백 효과를 높인다. 또한 비타민P는 모세혈관을 지키고, 혈관의 투과성을 높인다. 이런 작용을 통해 코피나 잇몸 출혈 등의 작은 질환 뿐 아니라, 뇌출혈을 예방하는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왼쪽부터 생대추 선조(鲜棗), 말린 대추 홍조(紅棗), 홍조(紅棗)를 가공한 흑조(黑枣).

대추의 한약명은 대조(大棗)이다. 대조는 잘 익어 붉은색을 띠는 대추를 수확하여 말린 상태, 즉 홍조(紅棗)를 의미한다. 홍조(紅棗)는 ‘나무에서 나는 꿀’이라 하여 목밀(木蜜)이라고도 불린다. 대추는 진액을 생성하여 위장의 기능을 도와서 여름내 지친 몸을 달래 준다. 대추의 단맛은 불안증과 불면증 등의 신경안정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이 예민하여 깊은 잠을 들지 못하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대추가 좋다. 또한 대추를 다른 약재들과 함께 사용하면, 다른 약재들의 제 각각의 날카로운 성질들을 중화하고 조화를 이뤄 전체적인 약효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검은색 약물들을 중하게 생각해 왔다. 목이버섯의 한 종류인 흑목이(黑木耳), 참깨 종류인 흑지마(黑芝麻),검은 콩인 흑두(黑豆),검은 쌀인 흑미(黑米), 그리고 흑조(黑枣)가 바로 이 다섯 가지 약물에 해당한다. 흑조는 잘 말린 대추인 홍조(紅棗)를 한의학적 수치이론에 따라 가공 처리하여 만든 것이다. 이 다섯 가지 검은색 식물들을 흑오류(黑五類)라 부르는데 이는 ‘검은색은 반드시 몸을 보한다’는 봉흑필보(逢黑必補) 이론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검은색의 흑조(黑枣)는 선조(鲜棗)나 홍조(紅棗)에 비해 인체의 정기를 보하는 작용이 더 강하다. 이는 생지황보다 구증구포(九蒸九曝)의 수치과정을 거쳐 만든 숙지황(熟地黃)이나, 인삼을 가공처리한 흑삼(黑蔘)의 효과가 더 강함과 같은 원리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대추차가 좋다. 대추차를 끓일 때는 그냥 대추를 통째로 넣는 것보다는, 대추를 잘게 쪼개거나 칼집을 내어 사용하면 더욱 좋다. 이는 대추에서 더 많은 유효성분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추차를 끓일 때 간혹 하얀 거품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해로운 이물질이 아니라, 대추 속 사포닌 성분이 거품을 만드는 성질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그냥 마셔도 괜찮다. 대추에 함유된 사포닌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저녁에 따뜻하게 끓인 대추차 한 잔을 마시면 편안한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추를 따고 말리고, 또 이를 잘 가공하여 흑조(黑枣)로도 만들어, 가족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과 차로 끓여 나눠 마시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나누기 좋은 시기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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