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최근 국내에서 분쟁이 일고 있는 총수익스와프(TRS) 과세 문제에 대해 미국은 10년 전에 법을 개정해 탈세 여지를 차단했다. 국내에서는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법 보완 논의조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조세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법 개정 방안을 참고해 TRS를 원천징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TRS 탈세 분쟁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현재 조세심판원에서는 국세청의 TRS 과세처분에 대한 증권사의 불복신청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세청은 증권사가 TRS 거래를 통해 외국인투자자에게 지급한 배당상당액을 국내 배당소득으로 판단, 원천징수 과세처분을 내렸다. 증권사들은 외국인들에게 지급한 소득이 TRS를 통해 발생한 사업소득일 뿐이므로 원천징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TRS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소득원천에 따라 과세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TRS란 투자자가 수수료를 내고 금융기관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증권사 등이 자사와 계약을 맺은 투자자 대신 주식 등의 기초자산을 매입하는 거래 방식이다. 주식 가격이 오르는 등 자산 가격이 변동하는 것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가 가져간다. 이 거래의 대가로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담보 자산을 맡기고 추가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헤지펀드 등과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얻고 싶은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상품이다.
TRS 탈세가 먼저 유행했던 미국, 해결방안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TRS 거래가 크게 유행세를 탔다. 당시 미국에서는 배당소득세가 인하되면서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했다. 배당금 증가에 따라 배당이 투자의 주요 지표가 됐다. 그러나 배당소득세가 낮아졌어도, 배당금에 대한 외국인 원천징수 세율은 최대 30%로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이때 수수료 이익을 챙기고 싶은 미국 투자은행과 세금을 절감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소위 ‘탈세’를 위한 거래구조 개발과 마케팅이 이뤄졌다. 미국 투자은행은 해외 헤지펀드 등을 상대로 TRS를 이용해 세금을 아끼라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실질과세의 원칙을 더 명확하게 적용해 탈세에 대응했다. 지난 2010년 미국 내국세법(IRC 871,m)에서 미국 원천 배당금을 기반으로 지급이 결정되는 소득 종류를 원천징수 대상으로 규정했다.
동국대학교 오종문 교수는 “미국은 일반적인 남용 방지 규정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게 적용되지만, 비거주자의 과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이 이뤄졌다”며 “미국 세법의 해결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해결법처럼 국내에서도 TRS 관련 배당 소득을 국내 원천소득으로 열거해서 해결하면 명확해진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는 열거주의에 기반한 과세체계라는 점이다. 미국은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별도의 면세 규정이 없으면 다 세금 대상으로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과세 요건이 관련법에 나열되어 있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도 공백과 마찬가지다. TRS 관련 배당소득 등이 과세대상으로 별도 기재되더라도 세금 회피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는 못 막는다. 조세회피 의심징후가 발견되는 상품을 일일이 검사하고 또 관련 규정을 개편해야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조세전문 변호사는 “TRS를 통한 소득변환에는 제동을 걸 수 있겠지만, TRS 말고 다른 파생상품은 못 잡는다. TRS를 누르면 다른 파생상품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눈에 보이는 조세회피 시도라도 잡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며 “근본적으로는 국내 과세 체계가 포괄주의로 개선되어야 과세망을 촘촘하게 할 수 있다. 이건 아마 몇십 년 걸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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