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A·AFP 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시 교수는 8일(현지시간) 로마에서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15년간 연구 자금 부족 현상이 악화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는 자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간에 연구자를 환영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연구는 채소밭과 같다. 매 두 주마다 물을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연구개발 투자에 최소 10억 유로(약 1조3800억원)의 펀딩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도 여기에는 돈이 수천 개 과제로 분산되는 것을 막고 지원 과제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관리하는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시 교수는 그러면서 국가의 R&D 지원에 '펀딩→조율→감사'의 3단계 과정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R&D 투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7%로 OECD 평균(2.5%)은 물론 EU 평균(2.1%)에도 한참 못 미친다.
EU 경제를 견인하는 독일은 3.2%로 이탈리아의 두 배가 넘는다.
파리시 교수의 지적에 대해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파리시 교수의 지적이 옳다. 이탈리아의 R&D 투자가 주변국에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한 이 갭을 좁히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장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최근 다소 부진하긴 하지만 유럽에서도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강국으로 대접받는다.
파리시 교수까지 포함해 역대 이탈리아인 노벨상 수상자만 2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과학 부문이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R&D 투자 비율이 GDP 대비 4.6%에 달하는데도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파리시 교수는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일본계 미국인 슈쿠로 마나베(90), 독일 클라우스 하셀만(89)과 공동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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