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곽시양은 드라마 성공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말실수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경직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곧장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촬영하면서 내심 좋은 반응을 기대했는데 사랑받아 감사했다”면서 “극을 마치자 더욱 만족감이 올라왔다”고 웃었다.
“주향대군은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예요. 부담이 되면서도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죠. 사실 안 좋은 댓글을 보면 위축될 것 같아서 반응을 못 봤는데, 큰 사랑을 받는 게 느껴져서 기뻤어요. 작품이 끝나니 더 뜻깊더라고요. 현장도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받아주는 분위기였거든요. 만족스러운 기억이 많아요.”
극의 가장 큰 흑막인 만큼 곽시양은 외향과 내향 모두를 고민하며 주향대군을 만들어갔다. 상처 분장부터 의상의 채도 등 다방면으로 고심했다. 대본에 미처 나오지 않은 주향대군의 서사를 고민하고,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여러 작품을 참고했다. 주향대군의 마음을 이해하려다 보니 아버지 성조(조성하)와 독대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곽시양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성조 앞에서 주향대군이 처음으로 왕권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어요. 눈물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황에 몰입하니 눈물이 절로 나더라고요. 그동안 쌓인 감정이 터진 기분이었어요. 감독님도 좋게 봐주셔서 기뻤죠. 모티브가 수양대군인 만큼, 주향대군을 연기하며 가장 중요히 생각한 건 ‘욕심’이었어요. 왕권을 욕심내는 야수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역할을 준비하면서 영화 ‘관상’을 여러 번 돌려봤어요. 이정재 선배님의 수양대군을 닮고 싶었거든요.”
곽시양은 선배 배우 이정재가 수양대군을 인상 깊게 표현한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주향대군 역시 ‘관상’ 속 수양대군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색을 입히는 데 주력했다. “한 마리의 수컷 호랑이 같은 묵직한 느낌을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을 잇던 그는 곧 “이정재 선배님을 정말 닮고 싶다”며 찬양론을 늘어놨다. “여러 캐릭터를 개성 있게 표현하는 면을 꼭 배우고 싶다”면서 “선배님을 보며 악역 매력을 다시금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악역이 전부 다른 색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이정재 선배님이 연기하신 ‘관상’ 수양대군, ‘암살’ 염석진, ‘도둑들’ 뽀빠이처럼 모든 캐릭터가 다채롭죠. 저 또한 수많은 악역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죠. ‘홍천기’에서도 시청자가 바라는 주인공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게 주향대군이었잖아요. 하지만 악역으로서 욕을 듣는다는 건 잘 해내고 있다는 뜻 같아요. 저 역시도 칭찬이라 생각했고요.”
2014년 데뷔해 사극, 시대물,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곽시양이다. 순정남부터 시간여행자, 사이코패스 등 캐릭터 역시 다채롭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다 돼가도 그는 여전히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나도 많은, 열정 가득한 배우다. “연기자라는 일을 사랑하는 만큼 즐겁게 일하는 게 인생 모토”라고 말하는 그는 차기작인 JTBC ‘아이돌 더 쿱’으로 새로운 변신을 앞두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코믹 연기로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어느 하나에만 갇히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게 일하는 걸 지향하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서 ‘곽시양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렇게 망가지는 캐릭터도 해?’, ‘이렇게 웃길 수도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는 원로 배우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대체 불가한 배우, 그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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