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대한폐암학회가 제정한 ‘폐암인식증진의달’이다. 폐암은 수십년 간 암 사망률 1위를 지킬만큼 치명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비약적인 치료제 발전을 이룬 암종이다. 지난 1993-1995년 12.5%에 불과했던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4-2018년 32.4%까지 향상됐다.
폐암 사망률은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점차 개선됐다. 표적치료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기전이다. 폐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과거 환자들은 부작용이 심한 세포독성항암제에 의존했다. 현재는 암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종양유전자들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다양한 암종에서 암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종양유전자들에 대응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폐암에서 발견되는 종양 유전자는 EGFR, ALK, ROS1, BRAF, KRAS 등이다. 각 유전자 변이의 종류에 따라 특정 표적항암제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EGFR제해제는 오시머티닙·레이저티닙 등의 성분이다. ALK저해제는 크리조티닙·알렉티닙·세리티닙 등이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크리조티닙은 ROS1 치료에도 활용된다. BRAF에는 다브라페닙·트라메티닙 성분이 쓰인다.
KRAS변이는 아직까지 상용화된 표적치료제가 없다. 지난 1982년 EGFR·ALK변이보다 먼저 최초 발견됐지만, 표적치료제 개발은 더뎠다. KRAS 세포 표면은 약물이 결합할 수 있는 위치가 매우 작은 모습이며, 신호전달체계의 까다로운 특성 때문에 표적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컸다. 최근 소토라십 성분이 개발돼 KRAS 표적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종양 유전자가 발견된 이후에도 수십 년 간 표적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며 “부작용과 독성이 강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해 왔고, 다른 폐암 대비 생존기간이 짧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근래 면역항암제가 생존기간의 향상을 가져왔으나, 아직 KRAS 변이의 종류와 동반하는 다른 변이에 따른 효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며 “40여년만에 처음으로 K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할 수 있는 해법이 밝혀지고 있는만큼, 새로운 치료제가 실제 진료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 환자들의 장기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RAS 변이는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중 약 25%를 차지하며, 대장암에서도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2007년 기준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4-5%에서 KRAS 변이가 발견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