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가 됐다. 코로나 19 이후 인상이 시작됐다. 코로나 19의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어서 성장에 타격을 덜 입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쟁점이 1순위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은 주택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sub-prime) 사태로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한 적이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버블이 있었는데 이 배경에는 금리가 있었다. 1990년대에 미국은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었다. 너무 과열되었다고 판단하여 기준금리도 대폭 인상했지만, 주가는 꺾일 줄 몰랐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같이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내려가는 것이 교과서적인 이론이었다.
Fed(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인 그린스펀은 주식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공교롭게 2001년 9월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사태가 발생했다. 그린스펀은 금리 인상 기조를 단숨에 바꾸어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2000년 6.5%에서 2003년엔 1%까지 떨어뜨렸다. 이 시기가 바로 주택가격 버블이라는 말이 등장한 때다. 주택가격 버블 이야기가 나온 데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Fed는 기준금리를 3년 동안 줄곧 인상해 1%에서 5.25%가 되었다. 주택가격이 잡혔을까.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국의 주택대출금리 결정 방식에 있었다. 미국 주택대출금리는 우리나라처럼 단기금리에 연동되지 않고 장기금리에 연동된다.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기준금리는 5%까지 올랐는데 장기금리는 불과 1%포인트 정도 올랐을 따름이다.
금리 인상으로 잡지 못한 미국의 주택가격은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시작으로 처참하게 붕괴했고,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세계 경제를 심각한 공황에 몰아넣을 정도의 큰 사태로 본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사태에 빠져 경제적인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이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영화로 만들기도 했으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미국의 주택시장과 금리의 관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국면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초부터 줄곧 금리가 떨어졌다. 중간에 오른 기간도 있지만, 전체 흐름은 지속적인 금리 하락을 이어나갔다. 특히 우리나라도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5.25%이던 기준금리가 0.5%까지 하락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대출금리가 주로 단기금리에 연동되기에 영향이 즉각적이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가 바로 하락한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대출은 5년 전보다 550조 원 증가해 1800조 원이 되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1%가 된다. 이후에도 인상 기조를 이어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전반적인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금리 인상 모멘텀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계속 하락하던 금리가 더 하락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돈을 더 빌려도 이자는 늘어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빌리지 않아도 이자가 증가할 수 있다. 자산시장에서 모멘텀의 변화는 주시해야 한다. 일종의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집값 과열을 측정한 결과 올해 9월 기준으로 서울, 인천, 대구, 대전, 세종 지역이 과열 구간에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중요한 점은 현재 흐름보다 미래다. 현재 흐름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로 보면 변화에 있기보다 변화의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적인 자산가격 버블이 꺼지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 미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고 집을 사기보다는 주택가격을 움직이는 금리의 움직임을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