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청장 송정애)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의 주요 범행 수단인 대포통장 유통 조직 117명을 검거하고 총책 등 13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경기도 지역에서 총책을 중심으로 대포통장 유통을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해 396개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이들 법인 명의의 계좌(속칭 대포통장) 954개를 개설, 보이스피싱 조직 및 사이버 도박 조직 등에 판매·유통해 100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적용법조=범죄단체조직 등(형법 제114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제49조) 5년이하 징역).
이들은 지인들을 모집해 법인 통장을 개설케 하고 개당 월 80만 원에 매입 후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월 180만 원에 판매하는 등 2019년 4월경부터 2021년 5월경까지 약 2년 간 대포 통장 954개를 개설,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법인계좌를 이용한 건 법인 설립이 비교적 용이하고 법인 명의로 다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법인 계좌의 경우 이체한도가 높고 거래 금액이 많아도 금융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1명의 명의자가 20개 이상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계좌를 단순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판매한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 등으로 지급정지가 되면 해당 명의자에게 연락해 다시 해당계좌를 풀게 하거나 다른 계좌로 대체해주는 등의 ‘속칭 AS’까지 해주며 지급정지되지 않는 한 관리비 명목으로 계좌 당 월 180만 원 씩 지속적으로 고액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들은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작성 및 절차 등을 학습하고 명의 대여자를 모집 후 법무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명의자들과 동행, 등기를 하는 등 총책 아래 3개의 팀을 구성해 팀별 관리책, 모집책, 기술책, 현장책 등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 왔다.
이들은 ‘범행시 대포폰만 사용한다,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닉네임으로만 대화한다, 명의자의 경우 검거 시 대출 사기를 당했다고 진술한다’등의 내부 행동강령을 만들어 조직원을 단속해 오기도 했다.
또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검거 시 변호사 비용과 벌금을 대납하고, 집행유예 시는 위로금을 주는 등으로 조직원을 철저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주도적 역할을 한 총책 등 조직원 15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송치했으며 이중 1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대포통장 대부분을 보이스피싱 및 투자, 물품 사기 등 사기 조직에 판매했고,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렇게 불법 유통된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액만 7조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범죄단체 총책과 관리자들의 경우 범죄수익금을 이용해 아파트·자동차 등을 매입했는데 이에 대해 경찰은 11억 상당의 기소 전 몰수보전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할 예정이며, 체포 현장에서 범행 수익금 현금 5천만 원을 압수하기도 했다.
대전경찰청은 지인 간 부탁이나 대출 미끼, 고액 알바 유혹에 빠져 통장 명의를 빌려주면 그 자체만으로도 징역 5년 이하의 큰 처벌을 받지만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온라인 도박 등 더 큰 범죄의 수단이 돼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전=한상욱 기자 swh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