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인학교서 국제시낭송음악회 ... ‘시와 음악으로 세계인이 하나 되다’

대전외국인학교서 국제시낭송음악회 ... ‘시와 음악으로 세계인이 하나 되다’

- 외국인들 자국 전통의상 차림으로 출연 자국 유명시 낭송
- 외국인들 ”즐겁고 행복한 시간 ... 고국 가서도 많은 이들과 추억 함께 나눌 것”
- 행사 주최 측 “내년엔 외국인들이 한국시 낭송하는 시낭송음악회 열겠다”

기사승인 2021-11-26 15:04:49
국제시낭송음악회 출연자들이 출연 소감을 전하기에 앞서 노금선 국제시낭송협회 이사장이 이날 행사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노 이사장 왼쪽은 대전예술포럼 도완석 대표. 맨 왼쪽은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대전외국인학교 죠슈아 전 사무처장. 사진=한상욱 기자.

시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 그리고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 낙엽 밟는 소리를 너는 좋아하는가? 

낙엽은 부드러운 색깔과 무거운 음조를 지녔지,
이토록 연약한 잔해들의 땅 위에 낙엽이 있구나! 

시몬, 낙엽 밟는 소리를 너는 좋아하는가?
        ...............                                                 

국제시낭송음악회 환영사에 나선 대전외국인학교 마이클 모이모이(Michael Moimoi) 총교장. 사진=한상욱 기자.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살풀이춤 이수자인 최은정 목원대교수가 소고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상욱 기자.

빅토리 위고의 시 '내일 새벽에 동이 트면'을 낭송하고 있는 프랑스의 발렌틴 이쉬(우송 솔브릿지4년) 학생. 사진=한상욱 기자.

25일 오후 6시 30분, 대전외국인학교 대강당.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수필가, 평론가, 철학자인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Les feuilles mortes)’이 노금선 국제시사랑협회 이사장의 낭송으로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대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국제시낭송음악회에서다. 노금선 이사장의 ‘낙엽’ 낭송 개회인사에 이어 이경숙 대전시낭송협회장이 낭송한 ‘인연서설’(문병란 시)이 눈 내리듯 차분하게 관중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다음엔 외국인들의 시 낭송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인도의 라냐 바너지 학생(우송대 2년)은 타고르의 ‘기도’를, 프랑스의 발렌틴 이쉬 학생(우송 솔브릿지4년) 은 빅토르 위고의 ‘내일 새벽에 동이 트면’을, 카자흐스탄의 아이툴큰 발라베코바 학생(우송 솔브릿지 1년)은 자국의 시 ‘그가 태어난 것은’을, 멕시코의 미리암 모자카 학생(우송대 2년)은 옥타비아 파즈 시 ‘떠남과 머묾 사이’를 낭송했다.

카자흐스탄 아이툴큰 발라베코바(우송 솔브릿지 1년) 학생의 자국 시 낭송. 사진=한상욱 기자.

노금선 국제시사랑협회 이사장이 개회인사에서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Les feuilles mortes)’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한상욱 기자.

‘인연서설’(문병란 시)을 낭송하는 이경숙 대전시낭송협회장. 사진=한상욱 기자.

아울러 외국인 10여 명이 각기 자국의 시를 전통의상 차림으로 나와 시의 분위기에 맞는 어조와 제스처로 정성껏 낭송해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특별공연도 펼쳐졌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살풀이춤 이수자인 최은정 목원대교수는 소고춤을 선보였다. 또, 중요무형문화재인 한기복 고법이수자는 장고춤을 신명나게 공연했다. 

시 낭송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이처럼 감미롭고 아름다운 시낭송회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며 “오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시낭송음악회를 주최한 대전예술포럼 도완석 대표가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상욱 기자.

이들은 또 “시낭송회 참석자들이 국적과 문화, 가치 등이 다르지만 시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면서 “소중한 추억을 고국에 돌아가서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제시낭송음악회를 주최한 대전예술포럼 도완석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사회분위기였지만 추수감사절을 맞아 대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삶을 위로하고 그들의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교제를 위해 이번 행사를 열게 되었다”면서 “시와 음악이 조금이나마 외국인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인 한기복 고법이수자가 장고춤을 신명하게 공연하고 있다. 사진=한상욱 기자.

이날 행사를 주관한 국제시사랑협회 노금선 이사장은 ”시와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노래하는 생명의 언어로 타국에서의 외로운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기쁨이라고 생각해서 마련한 행사“라며 ”우리 모두와 외국인들이 지친 일상에서 시와 음악과 사랑으로 소통하며 쉼을 얻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 환영사에서 대전외국인학교 마이클 모이모이(Michael Moimoi) 총교장은 ”이 행사를 후원하여 ‘목적이 있는 변화를 주도할 국제적 마인드를 갖춘 학습자 양성’이라는 본교의 사명을 이 기회를 통해 실천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 ‘목적 있는 변화’는 국제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이해를 새롭게 하고, 국제적 마인드는 다국어의 중요성과 다문화 간 이해 및 전 지구적 인식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행사를 위해 수고해 주신 대전예술포럼 회원 등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단순히 시와 음악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다양성과 국제적 마인드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하는 오늘 행사에 동행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참석 대신 전해온 축하 인사말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담은 시는 문학의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우리 모두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면서 ”참석자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풍성한 축제를 즐기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중순 대전광역시의회 의장도 별도의 축하 인사말에서 “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감각적인 언어로 담아낸 한 편의 시는 깊은 울림을 통해 우리의 상처를 다독이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면서 ”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이번 행사가 전 세계인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의미를 담은 뜻깊은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응준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이사장, 정상철 전 충남대학교 총장, 손혁건 국제시사랑협회 대표,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조원권 라오스 명예영사(대전외국인학교 명예교장, 전 우송대부총장) 등이 참석, 축하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대전예술포럼 도완석 대표와 이날 행사를 주관한 국제시사랑협회 노금선 이사장은 ”대전에서의 외국인들을 위한 국제시낭송음악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년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시를 한국어로 낭송하는 외국인 한국시낭송음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후원엔 대전시교육청,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대전외국인학교, (사)대전문인협회,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등이 참여했다.

대전=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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