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염증이 만성화되는 질환을 묶어서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하는데, 크론병은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에 속한다. 같은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도 다소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에서만 발병하는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증상과 중증도가 좀 더 심한 양상을 보인다.
주된 증상으로는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쥐어짜는 듯한 복통과 함께 참기 힘든 변의를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식욕이 감퇴하고 체중이 감소한다. 이외에도 피로감, 메쓰거움,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루, 농양과 같은 항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달 이상 장기간 복통, 설사가 반복되고 체중 감소와 항문 질환까지 동반된다면 한번쯤 크론병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크론병은 아직까지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치료 목표는 증상을 최대한 완화하고 장 점막 등 장관 조직의 파괴를 늦춰 합병증 예방 및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둔다.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협착 및 대량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 시 주요 사용되는 약은 5-ASA(5-아미노살리실산,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있다. 이 중 경증에서 중등도의 크론병 환자 치료의 첫 단계에 주로 쓰이는 약이 5-ASA다.
다만,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크론병에서는 5-ASA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유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연구에서 크론병 환자 44.2%는 5-ASA로 치료를 시작했고, 이들 중 67.6%는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 추가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4.7년 간 5-ASA 치료를 유지했고, 환자 4명 중 1명 정도인 25.3%에서 10년 후에도 5-ASA 치료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ASA가 크론병의 장기 유지 치료에도 유용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크론병이 젊은 환자가 많고 한번 발병하면 수십 년 간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ASA와 같이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초기 치료 약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과립제제, 고용량제제 등으로 제형도 다양화돼 환자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복약 순응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