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10년간 살다가 미리 확정한 분양가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누구나집' 사업이 베일을 벗었다. 서울과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서 30평형대 기준 8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나왔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10년간 월세를 내야 한다는 상황에 기대한 분양가와는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날 경기 화성능동, 의옹초평, 인천검단 등 누구나집 6개 사업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계룡건설, 제일건설 등 중견 건설사 5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누구나집은 10년간 주변 시세의 85~95% 수준에 월세로 살다가 미리 확정한 가격으로 분양을 받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10년 뒤 분양전환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입주자와 사업자가 나눠 갖는 구조다. 집값이 너무 떨어졌을 경우 입주자가 분양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날 정부는 사업지별 사전 확정분양가로 함께 공개했다.
전용 84㎡(34평) 기준 확정분양가는 의왕초평A2의 경우 8억5000만원, 화성능동A1 사업지는 7억400만원으로 제시됐다. 중도금 대출 마지노선인 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천검단AA27은 6억1300만원, 인천검단AA31는 6억1300만원, 인천검단AA30은 5억9400만원, 인천검단AA26는 4억750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여기에 10년간 매월 내야 할 임대료까지 포함되면 부담 금액은 더 높아진다.
확정분양가가 공개된 뒤 시민들 사이에선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두 아이를 키우며 서울에서 전세계약 만료 시점을 앞둔 임모씨(36)는 "첫 분양가 8억5000만원에 10년간 죽어라 수십, 수백만원씩 월세내는거면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거 아니냐"면서 "대출이 돼야 가능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영끌해 집 사는 편이 낫겠다"고 지적했다.
주부 최모씨(37)는 "월세는 월세대로 내면서 대출도 점점 어려워지는데 소득만 가지고 9억원에 가까운 집 살 돈을 대체 어떻게 모아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월세도 비싼데 서민 우롱하는 정책같다" "임대료 장사하는 듯 하다" "정부가 집 장사하나" "월세 낼 돈으로 대출 이자 내는 게 낫겠다" "서울 외곽지역 치곤 월세살이하면서 너무 비싼 듯" "알만한 유명 브랜드 단지도 아닌데" 등 의견을 냈다.
일부 누리꾼은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집값 고점론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누구나집의 분양가는 사업 착수시점부터 분양시점까지 약 13년 동안의 예상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1.5%)을 적용해 결정했다. 집값이 13년 후 지금보다 최대 21%가량 상승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집값 내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무주택 서민만 서럽다" "집값 떨어질 거라더니" 등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이 아니라 폭락이 걱정된다"며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어 있고 이자율이 올라 상당히 많이 실제 가격보다 높은 상태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