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1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에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동참으로 호소했다. 간무협은 “간호법 제정을 위해 우리의 의견을 물어본 적 있는가. 우리와 연대하기 위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협과 연대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의 주범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들이다. 정책적으로는 간호조무사 자격자 과잉 공급이 원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소규모 의료기관의 탐욕과 이기주의, 그리고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치 저하가 열악한 처우를 만들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관련 규정 조항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조무사에게 발생하는 피해도 없다. 우리와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무협은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의 주범을 의원급 의료기관 원장으로 단정 지면서 그들의 탐욕과 이기주의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처우가 열악한 데에 의원급 원장들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5인 미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게 해놓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간호 인력에 대한 수가도 보장해주지 않는 법과 제도,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 자격자 과잉 공급도 열악한 처우의 원인이라고 말했는데 간협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2013~2015년 간호 인력 개편 논의 당시, 전문대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고 양성정원 관리를 추진했으나, 간협의 반대로 간호 인력 개편이 무산된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당시 제도 개편이 성사됐다면 의료인 및 의료기사들처럼 간호조무사도 정원관리가 가능해져 과잉 공급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정작 책임 져야 할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관련 규정을 하나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간협은 밝혔다. 간무협은 “그게 바로 간호법의 가장 큰 문제”라며 “간호사들의 권한은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놓고,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이 지금 간협의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식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간호법 제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관련 당사자 대다수가 반대함에도 간호사 직종만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간호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상생·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무협은 △간호법 제정 목적인 ‘간호에 관한 전문인력 확보와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에 부합하도록 ‘전문대(2년제) 간호조무사 양성’, ‘직무교육 제도화’ 조항 추가 △간호법 당사자로서 권리와 의무에 해당하는 ‘중앙회 법정단체인정’, ‘간호정책심의위원회 등 간호법에서 정한 기구 등에 당연 참여’ 조항 추가 및 ‘간호조무사 업무 명확화(보조 용어 삭제 등)’ 조문 정비 △독소 조항에 해당하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간호법 우선 적용’ 조항 및 요양보호사 조항 폐기 등을 최소 요구 사항이라고 밝혔다.
간무협은 “그동안 간호법 제정을 위해 간호조무사협회의 의견을 물어본 적은 있는가”라며 “무엇보다 그동안 줄기차게 국회, 정부, 간협에 요구했던 우리 협회의 최소요구사항에 대해 간호협회의 입장은 무엇인지 꼭 대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법’ 등 법안에 대해 심의했다. 해당 법에는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과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노인·장애인 등에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위는 해당 법안에 대해 9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심사하기로 하며 ‘보류’됐다. 국회는 직역 간 대립이 거세지면서 갈등 문제를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