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배송이고 뭐고,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쿠팡친구(쿠팡맨) 송진욱씨는 지난달 10일 새벽 5시, 부산시 사상구 인근에서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배송지가 10가구 남짓 남았을 무렵,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 남성이 골목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여성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송 씨는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송 씨는 배송을 준비하는 척하며 남성을 주시했다. 이윽고 남성이 여성의 손을 꺾으며 강제로 데려가려 하자 곧바로 몸이 반응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도와주세요.’ 여성이 차에서 내린 송 씨에 다급히 요청했다. 이후 송 씨는 실랑이까지 벌이며 남성을 제지했다.
송 씨가 “경찰을 불렀다”며 엄포를 놓자, 남성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송 씨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찰 도착 전까지 여성의 곁을 지켰다. 남성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보통 새벽 배송은 오전 7시까지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송 씨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 외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경찰 도착 후 송 씨는 침착하게 상황을 인계하고 남성의 행방을 설명했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 송 씨는 곧장 돌아서서 다시 배송에 나섰다. 이번 선행은 부산사상경찰서 감전지구대가 송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겠다는 요청을 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송 씨는 여전히 “누구라도 도왔을 것”이라며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만취자를 돕거나 뺑소니차를 잡은 이도 있는데, 서로 알리지 않고 웃으며 넘긴다”라며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선행을 하시는 배송 기사들이 많은데 나만 부각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서 ‘큰 일했다’하는데 쑥스럽다”라며 “저보다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분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송 씨는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지난 7월에는 대낮에 뺑소니를 당한 한 시민을 돕기도 했다. 송 씨는 “한 차량이 주차된 차를 박고는 그냥 ‘뺑소니’ 하려고 하더라”라며 “곧장 이를 제지하고 피해 차주분에 연락 드렸더니, 보험처리를 잘 모르셔서 대신 보험사도 부르고 도움을 드렸던 적이 있다”라고 멋쩍어 했다.
피해 차주가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송 씨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피해 차주는 대신 쿠팡 배송 캠프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며 감사함을 대신했다.
송 씨는 오히려 자신이 감사해야할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빌라를 갔는데 걷게 한 게 미안하신지, 문 앞에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글과 음료수와 빵을 걸어두셨더라 문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며 “종종 짐칸 선반에 몰래 음료수를 놓고 가시는 분도 있는데 그런걸 보면 기쁘고 보람차다”라고 했다.
송 씨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삶의 목표도 전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선행을 알리지 않지만, 유일하게 말하는 딱 한사람이 있다면 꾸준히 봉사를 하는 아내”라며 “그런 아내가 ‘자랑스럽다’ 해주니 참 행복했다”고 웃었다. 이어 “쿠팡 내에서의 목표도 이뤄가면서 사람들도 돕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시국, 같이 구슬땀 흘리는 동료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송 씨는 “코로나 때문에 물량도 늘고 힘든 상황이지만 버티면 좋은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며 “동틀 녘 모든 배송을 마치고 탑차가 텅 비어있을 때의 기쁨을 모두 공감할거다. 어느 순간 코로나도 ‘시원하다, 잘 끝났다’라고 말하는 때가 분명 올 것”이라고 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