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주가를 ‘들었다 놨다’ [알경]

오너리스크, 주가를 ‘들었다 놨다’ [알경]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2-01-12 18:29:02
쿠키뉴스 DB.

오너경영 기업에서 줄줄이 ‘오너리스크’가 터지면서 주주들이 떨고 있습니다. 오너리스크란, 기업 경영을 좌우할 권력을 가진 오너(총수)의 일탈이나 잘못된 판단 등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의 지분을 상당히 보유한 창업주나 일가의 문제도 오너리스크에 포함됩니다. 오너경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부정적인 사례가 잇따르면서 단점이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어느 투자자들은 “기업이 탄탄하면 오너의 일탈이 문제가 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는 점점 더 기업 경영과 주가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1980억원에 달하는 회사자금 횡령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오스템임플란트. 현재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죄 없는 주주들이 속타는 나날을 보내고 있죠. 이 회사에도 과거에 오너리스크가 터진 적이 있었고, 당시에도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지난 2014년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생긴 개인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 자금담당 임원과 공모한 정황 등이 드러났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 횡령 문제가 터진 이후 사측은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으며 부정하고 있지만, 오너리스크 재발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거셉니다. 횡령후 도주했다가 체포된 직원 이모씨가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도 의혹을 더하고 있습니다.

오너의 잇딴 정치 발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SNS) 상에 올려왔던 ‘멸공(공산주의를 멸하자)’ 발언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 부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의 사진을 올리며 멸공을 거론해왔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한 사진을 올린 이후 논란이 격화됐습니다. 야권 정치인이 잇따라 멸치와 콩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멸치와 콩의 앞 글자를 딴 '멸콩'이 멸공을 암시하는 거라는 비판이 나왔죠.

정 부회장이 비판을 의식한듯 자신의 SNS에서 멸공 관련 내용을 지웠지만, 발언의 후폭풍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크게 일었던 지난 10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매도하면서 신세계 주가가 8%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한 반감으로 신세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SNS상에는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죠. 불매운동이 더 확산될 경우 실적 악화 우려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중국에까지 높은 유명세를 타서 반감이 높아질 경우, 해외에서도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전문경영인은 교체되지만, 오너는 경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주주로서 영향을 미칠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너가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으면,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주식이 거래정지가 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거나, 실적 악화 우려로 폭락할지도 모르니까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오너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부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예정기업 심사에 ESG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정 부회장의 정치적 발언 영향이 지속되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 계열사 SSG 닷컴이 부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죠.

투자금이 일순간에 대거 빠질 걱정도 해야합니다. 요즘 행동주의 펀드들이 ESG에 어긋나는 기업 행보를 참지 않기 때문이죠. 오너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잠재적 공격 대상입니다. ES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거나, 자금을 빼기도 합니다. 대신 ESG에 적극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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