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백신 부작용 없다”지만… 국내 근거도 없어

“임신부 백신 부작용 없다”지만… 국내 근거도 없어

기사승인 2022-02-05 07: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백신 맞고 바로 임신이 된 산모 중에 유산한 분들 많아요’
‘1차도 안 맞은 상태에서 임신했는데, 안 맞길 잘했다 싶어요’
‘출산 후에도 맞을 생각 없어요’

4일 한 출산·육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적지 않은 임신부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백신과 유·사산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건당국의 설명이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 임신부는 총 43만1441명이었다. 이 가운데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는 총 4만1964명(1차 접종 5485명, 2차 접종 2만9343명, 3차 접종 7136명)이었으며, 나머지 38만9477명(90.2%)은 접종을 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신부도 예외 없이 방역패스(접종증명서 또는 음성확인서)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임신부를 백신의 필요성이 큰 고위험군으로 꼽으면서 임신부 확진자가 같은 연령대의 비임신 여성 확진자와 비교해 위중증 및 사망할 위험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신부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20년 1월20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의 질병관리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0~45세 여성은 총 10만8415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39명, 위중증 환자는 384명으로 집계돼 위중증률은 0.35%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임신부 확진자는 2232명으로 절대 적인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망자는 1명, 위중증 환자는 73명 발생해 위중증률은 3.27%로 높았다.

해외에서는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출산 시 태아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의사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 학술지에 게재된 해당 연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집트 △프랑스 △​​가나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나이지리아 △북마케도니아 △파키스탄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 △미국 등 총 18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 706명, 비감염 임신부 1424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의 조산 위험이 59% 높았으며, 저체중아 분만 위험은 58% 높았다. 아울러 임신부 확진자로부터 출생한 신생의 13%는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이 크다는 사실과 백신의 안전성은 별개의 문제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해외 사례에 의존해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안전성을 설명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신부 대상 백신 접종의 안전성을 담보할 국내 근거는 부족하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국내 임신부의 예후에 대한 자료는 아직까지 축적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된 임신부 가운데 미접종자 38만9477명 중 유산은 1만8035건, 사산은 175건으로 유산 비율은 4.63%이다. 1차~3차 접종자 4만1964명 중 최초접종 이후 유산은 2056건, 사산은 2건으로 유산 비율은 4.9%로 집계됐다. 임신부의 접종률이 워낙 낮은 만큼, 유의미한 통계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신부들은 선뜻 백신 접종을 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해외 자료를 제시하며 공염불을 외는 모습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태아나 산모에 미치는 영향이 있고, 예방접종이 미치는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한산부인과학회, 세계보건기구, 유럽의약품청도 (임신부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내 자료는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용역으로 (임신부의 접종) 결과에 대해 추적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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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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