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쉬운 수학, 이상하게 쉬운 결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쿡리뷰]

의외로 쉬운 수학, 이상하게 쉬운 결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쿡리뷰]

기사승인 2022-02-25 06:24:01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포스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곱씹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이상한 나라는 어디일까. 학문의 자유를 허하지 않고 과학기술을 모두 무기 만드는 데 쓰는 북쪽 나라일까, 아니면 문제의 오류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고 정답을 강요하는 남쪽 나라일까. 두 나라만큼 영화의 결말도 이상하다. 갑자기 급발진해 쉬운 해결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힘이 빠진다. 이 중에서 가장 이상한 건 무엇일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이해하기 쉬운 상징으로 펼쳐놓은 두 나라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수학자 이학성(최민식)과 고통뿐인 학교와 불안한 학교 밖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수포자(수학포기자)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의 이야기다. 상위 1%인 명문고에 재학 중인 지우는 친구들과 의리도 있고 성적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늘 발목을 붙잡는 건 수학이다. 담임 근호(박병은)는 전학을 권하지만, 지우는 학교에 남고 싶다. 우연히 학교 야간 경비원인 탈북자 학성이 수학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우는 그에게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수학자와 수포자의 간극은 얼마나 넓을까.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들은 학성과 지우가 서로의 간극을 메워가는 순간들이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사람은 수학을 매개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우리가 알던 수학과 다른 수학의 아름다운 매력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때로는 음악으로 수학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수학을 싫어하는 자녀들과 수학을 놓을 수 없는 부모의 타협점이 될 수 있을 작품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컷

아쉽게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수학은 점점 사라진다. 영화에서 수학은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소재로 소비될 뿐이다. 중반부를 지나며 영화가 집중하는 건 ‘선생이란 무엇인가’다. 학업과 인생에 스승이 부재한 지우의 상황을 위기로 만들고 그 자리를 학성이 대체해야 할 것처럼 풀어간다. 학성은 더 이상 지우의 친구가 아니다. 차라리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자신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우는 끝까지 미숙한 존재로 남는다. 두 사람이 수학으로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게 만들어야 할 정도로 전형적인 전개와 극적인 엔딩이 필요했던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

모든 상황을 현실의 한 장면으로 만드는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영화에 이입하며 즐겁고 따뜻한 순간을 느꼈다면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최민식의 공이 매우 크다. 점점 한지우가 되어가는 신인 배우 김동휘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의 영향으로 촬영을 마친 지 2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다음달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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