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취업 준비 시기가 저학년으로 앞당겨졌다. 취업문이 좁아진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일찍이 취업 준비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이 2020년 12월31일 기준 65%로 2011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 중 4년제 일반대 취업률은 61%에 불과하다. 격화하는 취업 전쟁에 대학생들의 준비는 더 빨라지고, 다양해졌다.
취업 준비를 위해서 전공이 아닌 과목을 듣거나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식품 자원경제학과 21학번 이모(21)씨는 “동기들이 공인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경영학과 수업을 듣는다”라며 “본 전공 수업보다도 수강 신청이 어려운 수업을 듣는 것”이라고 사뭇 달라진 수강 신청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씨는 “저 역시 포화 시장인 전공을 포기하고 패션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라며 “방학 때 일본어 과외를 받으며 전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부 과정 이후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보장되었던 학과 학생들도 진로 고민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줄어든 교사 임용도 사범대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과 21학번 강모(21·여)씨는 “교사 채용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임용 이외에 차선책이 필요하다”라며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 학과를 이중 전공해서 일반 기업 취업도 대비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간호학과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입학 정원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신한대학교 간호학과 20학번 정모(21·여)씨는 “전에는 3~4학년 때 했던 토익과 같은 취업 준비를 요즘엔 1~2학년 때 끝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힘들더라도 학기 중에 학과 공부와 병행하면서 미리 해둬야 원하는 분야로 취업할 수 있다”라고 했다. 자격증을 따는 것만이 취업 성공의 길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학부 생활을 하고 추후 전공을 정하는 학생들도 본인의 적성과 흥미보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한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부 21학번 이모(21)씨는 “원래는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더 컸으나 취업 시장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반도체 물리 전공’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2학년 때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선별적으로 하고 싶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취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라고 답했다.
취업 준비 연령대가 낮아진 만큼 대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진로취업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관계자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교과목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저학년 학생들도 자신만의 진로와 경력 경로를 스스로 설정하고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공공사회학부 교수는 “학벌 및 대학 서열화가 과잉경쟁을 불러일으켜 일찍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라며 “정부나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이 쿠키청년기자 kyungie03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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