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과 회동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첫 규제 혁파 대상은 무엇일까.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현행 주 52시간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으로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내걸었다. 현재 특정 기간(1~3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주당 52시간(연장시간 포함)을 일하면 합법으로 본다. 이 특정 기간을 1년 이내로 늘리자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예외인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스타트업을 포함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최악의 야근 공화국을 만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제보 366건 중 108건이 임금과 노동시간 관련 내용이었다. 임금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거나 주 52시간을 위반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주 6일씩 근무 중이다. 지난달에만 71시간, 68시간, 62시간, 62시간씩 일했다”며 “야근 때문에 몸이 안 좋아져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가 시키면 노동자는 무조건 연장근로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IT 업계도 긴장 중이다. IT 업계에는 업무 마감을 앞두고 수면, 식사, 개인 생활 등을 포기하고 연장근로 하는 고강도 노동이 존재했다. 이른바 ‘크런치모드’다. 차상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은 “과거 월요일에 짐을 싸서 출근해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일하며 생활하기도 했다”며 “주 52시간제 유연화로 인해 노조가 없는 기업일수록 과거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도 일부 기업에서는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 52시간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휴식이 약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개편도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업종 또는 지역마다 차등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최저임금을 150만원, 170만원을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 “200만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 개편은 아르바이트를 주로 하는 청년층과 저소득 근로자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은 “최저임금의 취지는 최저 생계비의 보장”이라며 “(최저임금 개편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역별로 차등적용 된다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된다”며 “지역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면 청년들이 머물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옳지 않다”면서 “경제 활성화와 소비촉진 측면에서도 최저임금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노동정책 도입을 위해서는 노동단체·정부의 대화가 필수적이지만 순탄하지 않다. 노정관계에서도 ‘빨간불’이 예고됐다. 윤 당선인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전 대선 후보인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민주노총 등을 겨냥해 ‘강성 귀족노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오는 6월 또는 7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가 이견을 가질 수 있다”면서 “사회의 근본적 문제인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불평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노동계가 대화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도 양대노총과 대화를 통해 사회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