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있다. 새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유인즉슨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며 국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란다.
근데 정작 소통을 중시한다는 그가 보이는 행보는 ‘불통’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고 있고, 이전을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는 주장이 있음에도 이전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은 청와대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본인이 아닌가 싶다.
여성가족부 관련해서도 불통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이들의 권리 보호에 앞장섰던 여성가족부를, 그는 선거운동 당시 단 일곱 글자만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해서는 보다 큰 틀에서 사회적 협의 과정을 거쳤어야만 했다. 이 역시 여론조사를 보면 찬반이 비등비등한 수치라는 걸 알 수 있다.
부동산 계급 격차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 8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으로 재건축 안전진단과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보유세 인하 등을 내세웠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같은 불통 행보가 ‘무(無)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금껏 국민청원은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는 사람들이 찾는 최후의 공간이었다. 이를 없애겠다고 하는 건 이들의 목소리를 앗아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지역 주민들은 “안보 문제나 예산 등 따져야 할 게 많은데 왜 그렇게까지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소통을 하겠다는 대통령이 국민청원이나 여가부를 없애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 “강남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데 결국 부자들만 더 부자가 되는 대한민국이 되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대선후보 TV토론회 때가 생각난다. 윤석열 당선인의 왼쪽 손바닥에는 ‘왕(王)’자가 새겨져 있었다. 대통령은 곧 왕이오, 왕이 되면 부동산으로 계급을 나누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쉽게 앗아가는 ‘제왕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