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배우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공격했다. 록이 윌 스미스의 아내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윌 스미스는 이후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윌 스미스 폭행 상황 자세히 보니
윌 스미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시상하던 록의 뺨을 내리쳤다. 록이 윌 스미스 부인이자 배우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에게 “당신이 영화 ‘지. 아이. 제인 2’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탈모증 때문에 머리를 삭발했다. 록은 이런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영화 ‘지. 아이. 제인’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배우 데미 무어에 빗댔다.
윌 스미스는 록의 이런 발언을 웃어넘기는가 싶더니 이내 무대로 걸어가 록의 얼굴을 가격했다. 록은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윌 스미스가 나를 쳤다”고 말했다. 배우와 관객들은 이를 상황극으로 이해한 듯 소리 내 웃었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온 윌 스미스가 욕설과 함께 “내 아내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고 두 차례 외치자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록은 당황한 듯 “그러겠다”고 말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TV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농담했다. 그는 2016년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어린이들을 소개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회계사들”이라고 인종 차별 발언을 해 입길에 올랐다.
아카데미, 윌 스미스 트로피 회수할까
미국 연예매체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폭행이 벌어진 뒤 배우 덴젤 워싱턴과 타일러 페리가 윌 스미스를 진정시켰다. 윌 스미스 부부는 이 사건이 있은 후부터 내내 손을 맞잡은 채 시상식을 봤다고 한다. 록은 뺨이 붉어진 채 퇴장하면서도 ‘무하마드 알리에게 맞고도 스크래치 하나 나지 않은 유일한 순간’이라고 크게 외쳤다. 윌 스미스는 2002년 개봉한 영화 ‘알리’에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연기한 바 있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은 SNS에서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상을 잃을 수도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에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윌 스미스가 이날 받은 남우주연상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측은 2017년부터 인간 존엄성 존중을 강조해왔는데, 윌 스미스의 폭행이 아카데미의 이런 가치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도 성명을 내 “경찰은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발생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 관련자가 경찰 신고를 거부했으나, 나중에라도 신고하고 싶다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륜 아닌 ‘오픈 메리지’…이 부부에 무슨 일이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결혼 생활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7년 결혼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외도설과 불화설에 시달렸으나 그때마다 소문을 부인했다. 2013년에 두 사람이 ‘오픈 메리지’(부부가 서로의 사회적·성적 독립을 승인하는 결혼 형태)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 또한 부인했다. 결혼 생활의 이면이 드러난 것은 2020년 4월경, 가수 어거스트 알시나가 한때 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연인 사이였다고 뒤늦게 밝히면서였다. 알시나는 이들 부부가 별거 중이던 2015년 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교제했다면서 “윌이 ‘우리 관계는 부부에서 라이프 파트너로 변했다’며 나와 제이다의 교제를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윌 스미스 역시 이후 GQ와 인터뷰에서 “일부일처제는 우리가 선택한 것일 뿐, 유일한 관계의 완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들 부부가 ‘오픈 메리지’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윌 스미스와 관계를 회복한 뒤 어거스트 알시나와는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