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시인이자 도학자인 시견오(施肩吾 780-861)가 남긴 글귀이다.
차의 별칭으로 파수자(破睡子), 불야후(不夜侯)가 있는데 ‘정신을 맑게 하여 잠이 오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다. 송나라 때 소이간(蘇易簡)은 《문방사보(文房四譜)》에 “잎이 아름다운 것의 이름이 청우이며 호는 옥천 선생인데, 청우란 바로 차(茶)이다(葉嘉,字清友,號玉川先生。清友,谓茶也)” 라고 하여 차를 ‘맑은 물’, 즉 ‘뜻이 바른 친구’로 표현하였다.
당나라 때 육우(733-804)가 저술한 《다경(茶經)》에는 “차는 정행검덕(精行儉德) 즉, 행실이 바르고 겸손한 덕을 지닌 사람이 마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정신은 지금도 차의 예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茶)는 차나무의 어린 잎을 원료로 가공과정을 거쳐 만든 것을 말한다. 차나무는 상록의 활엽관목으로 학명은 Camellia sinensis이다.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운남(雲南)지역으로, 보이차(普洱茶)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차(茶)는 영어로 티(Tea)이다. 한자 차(茶)는 지역마다 다른 발음으로 읽힌다. 중국 남부 해안의 복건성(福建省)과 대만에서는 차(茶)의 발음이 ‘테(te)’에 가깝다. 바다에 접한 복건성(福建省)과 대만을 통해 차(茶)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바닷길을 이용해 아시아와 유럽을 활발히 오가던 네덜란드 상인들에게 차(茶)의 테(te)라는 발음이 이어져 지금 서양의 많은 국가에서는 차를 티(tea)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영어권 국가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에서도 차(茶)의 발음이 ‘티’와 유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네덜란드보다 이전에 중국과 교역을 했던 포르투갈은 차를 ‘티’가 아니라 ‘차’란 중국식 발음 그대로 부른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차’라는 발음이 사용되던 마카오에서 차를 수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차(茶)와 관련해서 유명한 인물은 누구일까?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정약용이다. 정약용(丁若鏞)의 호는 원래 여유당(與猶堂)인데 ‘겨울에 시냇물을 건너듯 신중하고(與),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猶)’는 뜻에서 자신의 호를 ‘여유당(與猶堂)’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정작 정약용은 자신이 저술한 문집 등에 이 여유당(與猶堂)이란 호를 즐겨 사용했는데, 우리는 다산(茶山)이란 호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 정약용이 유배된 전남 강진군 도암면에 있는 만덕산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다산(茶山)이었다. ‘다산(茶山)’이라는 호는 그가 힘겨운 유배 생활을 홀로 차를 마시며 버텨나간 애처로운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산(茶山)이란 호에는 큰 뜻을 펼치지 못하고 유배 생활에 지친 정약용의 힘겨운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정약용이 홀로 차를 마시며 유배 생활의 분노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차에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에, 차(茶) 앞에는 종종 약(藥)자가 붙는다. 차에는 그만큼 약의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차(茶) 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풀 초(艸)변 밑에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로 이루어져 있다. 차는 나무이지만 우리가 애용하는 부위가 풀과 비슷한 잎 부분임을 나타낸다.
찻잎에는 테아닌(Theanine)과 쓴맛과 떫은맛의 카테킨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테아닌(Theanine)은 다른 식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차와 일부 버섯 품종에만 들어있는 천연 유리아미노산으로 특히 차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Theanine)은 차에 함유된 총 아미노산의 약 50%에 달한다. 건조한 녹차잎 중량의 1~2%에 해당한다. 테아닌(Theanine)은 긴장을 완화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뇌혈액 장벽(Brain Blood Barrier)을 통과해 이런 정신적인 측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테아닌은 인체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폴리페놀 성분인 카테킨은 항산화, 항암, 항균 등의 효능이 있다. 쓴맛과 떫은맛의 카테킨 함량이 높은 찻잎은 보통 발효차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찻잎의 생육 단계별 품질 분석을 통해 어떤 차로 이용할지에 관한 최적의 수확 시기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분석 결과, 테아닌 함량은 5월까지 수확하는 첫물차가 6~7월 수확하는 두물차나 8월에 수확하는 세물차, 9월 이후에 수확하는 네물차에 비해 2.2∼4.2배 높았다. 반면 카테킨 함량은 두물차, 세물차, 네물차가 첫물차보다 1.9∼2.2배 높았다. 이를 잘 응용해서 테아닌과 카테킨 성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차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를 분류할 때, 수확 시기와 찻잎의 크기에 따른다. 가장 잘 알려진 분류법은 양력 4월 20일 경인 곡우(穀雨) 이전에 난 찻잎으로 만든 ‘우전’과 잎의 크기와 수확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붙여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누는 것이다.
우전(雨前)은 ‘곡우(穀雨) 전후에 수확한 잎으로 만든 차’라는 뜻으로, 찻잎의 모양이 참새 혀를 닮았다 하여 ‘작설(雀舌)’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기후 여건상 곡우(穀雨)전에는 차 생산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곡우 전에 딴 찻잎’이라는 뜻보다는 ‘최고급 차’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하지만 차의 어떤 성분들은 불면증이나 속쓰림 등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는 ‘번뇌를 씻어주는 벗’이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또 다른 번뇌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