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동단체 등에 따르면 20일부터 ILO 핵심협약 3개 비준 동의안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됐다.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29호) 등이다.
비준안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 1년여 뒤인 이날부터 발효됐다. 노동 관련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후퇴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한 지 31년 만의 일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며 시정을 권고해왔다. 유럽연합(EU)에서는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국제무역과 투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비준안이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ILO에 3년 주기로 제출해야 한다. 협약이 준수되지 않았을 때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가 ILO에 진정할 수 있다.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20년과 지난해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법을 일부 개정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과 사업장 내 주요시설에 한해 쟁의금지 등도 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온전한 협약 이행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추가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교사·공무원의 노동·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ILO 가입 후 30년이 지나 겨우 하게 된 기본 협약 비준이 ‘지키지 않을 약속’이 돼서는 안 된다”며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 등은 노동 3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교사와 공무원은 정치적 의사표현과 단체행동이 불가능하다”고 질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현재 국내법과 교사·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이 정면충돌한다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온전한 노동 3권을 위한 단체행동권 등이 법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ILO 감독기구는 한국 정부에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지속 권고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권고를 지금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히 국제적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애림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ILO 기본협약 발효와 한국사회의 과제’ 토론회에서 “ILO 협약 비준이 요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노사정관계와 노동관계법을 국제 노동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ILO 협약의 국내법적 적용을 담보하는 종국적 역할은 사법부에 있다. ILO 감독기구 등의 해석과 권고를 존중하고 국제인권규범 실현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사법부에게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