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우크라이나 도시 거리뷰를 제공하는 ‘가상 전쟁 기억 박물관’ 사이트를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끔찍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러시아의 포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북부 키이우 인근 지역 여섯 도시를 디지털 3D 투어로 둘러보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할 수 있다.
영상에는 부차, 호스토멜, 이르핀의 모습이 담겼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며 진격해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들 세 도시 점령에 나섰고 우크라이나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호스토멜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러시아군은 방어선을 뚫고 남쪽으로 진격해 이르핀과 부차를 점령했다.
가상 투어에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심각하게 손상된 안토노프 AN-225 수송기도 등장한다. ‘므리야’라고 불리는 이 수송기는 호스토멜 안토노프 공항에 있던 세계 최대 항공기로 옛 소련 시절 단 한대만 제작된 우크라이나 항공산업의 상징이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차의 모습도 보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한 달간 점령했다가 철군한 부차에서 1200명이 넘는 민간인이 학살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밖에 다리가 폭파되고 주택이 흔적조차 사라진 키이우 외곽 호렌카, 스토얀카, 보로디안카도 가상 현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3D 투어 사이트 제작자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는 대가를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참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전쟁에서 승리한 후 모든 것을 새로 지을 것이고, 키이우 지역은 다시 살 수 있는 곳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